법무법인 부산은 대통령을 두명 배출한 유일무이한 로펌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법인 부산 출신입니다. 부산의 전신은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법률사무소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산 서구 부민동에 만들었고 문 대통령이 합류했습니다. 지금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부민동에 있다가 지금은 연제구로 옮겼습니다. 부민동 원래 법무법인 부산이 있던 자리엔 ‘바보면가'라는 밀면집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별명을 딴 식당이라고 합니다. 법무법인 부산은 두 명의 대통령 외에 법제처장을 지낸, 지금 청와대 인사수석 김외숙씨도 배출했습니다. 김 수석은1992년 직접 법무법인 부산을 찾아 “노동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문재인 대통령과 30년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7분 동안 인사와 인사청문회 제도에 관해 발언했습니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관 인사를 적극 옹호했습니다. 야권에선 “‘인사 참사 제조기'라고 할 수 있는 김외숙 인사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결국 김외숙 수석을 적극 옹호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그만큼 김 수석을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민주당 김해영 전 의원도 이곳 법무법인 부산 출신입니다. 부산 출신 김병수 변호사는 지금 한국석유공사 비상임이사입니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상임이사 송병곤씨, 법무법인 부산의 사무장 출신입니다. 송 이사는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에 등장하는 국밥집 아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법무법인 부산 말고도 잘 나가는 로펌이 또 한곳 있습니다. 해마루라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로펌입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임종인 전 의원이 설립한 로펌입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간 몸담았습니다. 여기 출신 인사들도 지금 정권에서 참 잘 나갑니다.

전해철 변호사,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장관이 됐습니다. 김진국 변호사는 지난 3월 민정수석이 됐습니다. 김미경 변호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거쳐 지금 김외숙 인사수석 산하 균형인사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도 상당수 진출해 있습니다. 지기룡 변호사는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비상임감사입니다. 서진권 변호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비상임감사입니다. 최윤수 변호사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입니다.

정말 이 정권에서 잘 나가는 로펌 같습니다.

야권에선 부산과 해마루 출신의 공직 진출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현재 부산과 해마루 소속 변호사는 각각 6명과 24명입니다. 변호사 숫자로만 보면 중소 규모 법무법인인데 현 정부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있습니다. 그런 비판 받을만한 것 같습니다. 부산과 해마루가 잘 나가는 이유.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일한 인연’ ‘가치의 공유’를 인사 때 매우 중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준 인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능력과 탕평 보다는 인연과 가치를 늘 중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정권들어 각종 자리에 기용한 사람들은 대략 세 부류인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노무현 청와대 사람들, 그리고 민주당 사람들입니다. 인재풀을 넓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고위직 인사가 이뤄지면 아버지가 누구인지, 과거에 누구와 근무했는지, 이런 인맥부터 먼저 따지는 씨족사회로 회귀한 것 같다”이런 농담 아닌 농담도 합니다. 인연, 가치,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에 인사가 매몰되어선 안됩니다. 그런데 문재인 인사는 너무 그것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속좁은 협량 인사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이 본래 좀 소극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인사를 하다보니까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늘 불협화음이 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장관급 인사가 곧 30명을 넘길 것 같습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과거정부의 임명 강행 사례,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입니다. 모두 합쳐서 30명.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역대 정부를 전부 합친 기록을 곧 넘기게 되는 겁니다. 국회 청문회를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습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의 인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대략 9000개 안팎이라고 합니다. 국가 경영이 거기서 시작됩니다. 인사를 그르치면 국가 경영이 실패합니다. 국민의 삶은 추락하고 국가는 퇴보합니다. 문재인 정권은 널리 인재를 찾고 철저히 검증한다는 원칙은 무시한 채 자기 편만 쓰고 끼리끼리 봐주는 인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인사가 완전히 무너졌는데 부끄러움이나 반성이 없습니다. 이런데도 문 정권의 인사 실패가 반복되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