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1·2호기 /경상북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일부 위원이 가동 준비를 마친 신한울 1호기 원전에 대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과 ‘항공기 테러’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신한울 1호기에 대한 운영 허가를 내주는 문제를 논의해왔으나 6개월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안위 일부 위원이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의식해 전쟁과 테러 위협까지 거론하며 고의로 운영 허가를 지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18일 “지난 14일 열린 원안위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전쟁과 테러 위협까지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해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문제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회의는 신한울 1호기 운영 허가 문제를 심의하는 11번째 회의였다. 당시 회의 자료를 보면 A 위원은 “신한울 1호기 설계에 비행기 추락 사고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서 “9·11 테러와 같은 항공기 충돌이 발생하면 원전이 파괴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가 “미국 에너지부(DOE)의 재해 발생 가능성 계산 지침에 따르면 항공기가 신한울 1호기에 떨어질 확률이 1000만년에 1번 수준으로 나와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A 위원은 “그러면 원전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도 확률로 따질 것이냐”며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돼 있느냐”고 따졌다. B 위원은 홍수 대비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신한울 1호기는 쓰나미(지진해일)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홍수 위험성을 거론한 것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원안위는 설계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허가를 내주면 되는데 일부 위원은 아예 설계 기준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며 “회의에서 논의된 일부 내용은 트집 잡기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원안위가 운영 허가 여부를 논의 중인 신한울 1호기는 원래 지난해 3월 공정률 99%를 넘기며 사실상 완공된 상태였다. 하지만 원안위는 지난해 11월에야 신한울 1호기 허가를 논의하겠다며 관련 기관의 보고를 받기 시작했지만, 심의에는 아직 착수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원안위가 곧 심의에 들어가 운영 허가를 내줄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원안위는 6개월이 넘도록 회의만 거듭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계와 야당은 “일부 원안위원이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의식해 온갖 이유를 들어 허가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4일 11번째로 열린 원안위 회의에서 A 위원은 ‘신한울 1호기에 비행기가 충돌할 확률이 1000만년에 한 번꼴이라 별도의 안전 기준이 없다’는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설명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다. A 위원은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도 확률로 따질 것이냐”며 “장사정포를 가진 북한이 전쟁이 나면 당연히 원자력발전소를 목표로 할 텐데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했다. 북한의 원전 공격 가능성까지 설계에 반영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앞선 10차례 회의에서는 일부 위원이 신한울 1호기에 장착된 수소제거장치(PAR)의 안전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허가를 반대하기도 했다.

항공기가 신한울 1호기에 떨어질 확률이 1000만년에 한 번 정도라는 추산은 KINS가 미국 에너지부(DOE) 계산 기준에 따라 산출한 것이다. 미 에너지부는 ‘공항’과 ‘활주로’ 등이 원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등을 변수로 두고 항공기의 원전 추락 확률을 계산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적절한 재해 분석 과정을 거쳐 충돌 확률이 낮다고 평가된 원전 건물을 보강하지 않는 것은 합당하다”며 “비현실적인 충돌 위험을 걱정할 것이면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부터 다 닫아야 한다”고 했다.

원안위 위원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9명 중 6명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했고 2명은 국민의힘이 추천했다. 민주당 추천 몫인 나머지 1명은 공석인 상태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원안위가 독립성을 상실하고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원전 운영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신한울 1호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완공 상태인 신한울 2호기는 아직 원안위에서 허가 여부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