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르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야권은 그동안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독자 세력으로 출마할지 촉각을 세워왔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야권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입당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에는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6월 11일 국민의힘 새 당대표가 선출된 이후 공개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안다”며 “새 당대표가 당 체제를 어느 정도 정비한 시점에 입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왜 정치를 하려는지,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도 가질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29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교동의 한 커피숍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오른쪽), 김홍규 전 강릉시의회 의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윤 전 총장을 아는 한 야권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청취했고 국민의힘이 변화와 쇄신을 통해 국민이 바라는 정권 교체 열망을 담아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지난주 5선 중진 정진석 의원, 4선 권성동 의원, 그리고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의원과 잇달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생각을 듣는 기회가 됐다”며 “정치 참여 선언과 동시에 국민의힘 입당을 결심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한 것으로 볼 때 조기 입당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 지인도 “윤 전 총장은 정면 돌파형 스타일”이라며 “그의 국민의힘 합류는 시기 결정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시민들과 사진 찍고 보란듯 공개 행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9일 강원도 강릉을 찾아 이 지역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4선 권성동 의원을 만난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주 국민의힘 초선 윤희숙 의원과 5선 중진 정진석 의원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후 잠행을 이어온 윤 전 총장이 6·11 당대표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현역 의원을 잇따라 만나면서 당대표 선거 후 멀지 않은 시기에 국민의힘 입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9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중앙시장 인근 한 식당에서 음식점 사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윤 전 총장은 지난 29일 강릉에서 권 의원을 만나 식사와 차를 함께 하며 3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 만남은 윤 전 총장이 지난 주말 외가가 있는 강릉을 찾은 길에 권 의원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윤 전 총장은 외조모 산소 성묘를 위해 강릉을 찾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과 권 의원은 모두 검사 출신으로 사법시험은 권 의원이 선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윤 전 총장은 권 의원과 횟집에서 저녁을 하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차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윤 전 총장이 강릉지청에 근무할 때 알고 지낸 지역 인사들도 동석했다고 한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게 “당신이 아니면 야권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지 않으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31일 본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을 알아본 시민들도 사진을 함께 찍고선 ‘꼭 대선에 출마해 정권 교체를 해달라’고 했고 윤 전 총장은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지인은 “권 의원은 강릉에 간 길에 친구 사이니 만난 것이고 시민들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알겠다’고 짧게 응답한 게 전부”라며 “정치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 자리였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동안 정치인과의 만남을 피해온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중진 의원을 공개된 자리에서 만나고 시민과도 어울린 점에서 사실상 공개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왼쪽) 의원과 윤희숙 의원.

윤 전 총장은 지난주엔 초선 윤희숙 의원, 5선 중진 정진석 의원과 잇따라 저녁을 했다. 윤 의원은 경제 전문가 출신으로 작년 7월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 때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반대 토론을 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윤 전 총장 부친 고향인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은 윤 전 총장 조기 영입론을 적극 제기해왔다. 정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과 권 의원 만남을 두고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로를 두고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과 함께 제3지대행도 거론돼 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주축으로 정권 교체에 나서겠다는 생각을 굳혀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윤 전 총장 주변에선 국민의힘 조기 입당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합류가 자칫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치적으로 모호한 태도가 길어지면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거나 “국민의힘에 들어가 정당 개혁을 촉진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등 조기 입당론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본인이 직접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시점이 그리 늦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현준 교수. /조선일보 영상미디어

윤 전 총장은 지난 27일에는 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와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수는 이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중소 규모로 재건축을 활성화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윤 전 총장이 동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