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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돌풍이 결국 현실화 됐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43%대 득표로 나경원 전 의원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준석 돌풍은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그 때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1위로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나경원 전 의원이 정식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고, 두 사람 간 차이도 5% 이내로 크지 않았다. 야당 내에선 나 전 의원이 공식 출마하면 전세가 뒤집어질 것이라고 봤다. 특히 전체 투표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당원 투표에서 나 전 의원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압도적 우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이덕훈 기자

하지만 여기에 의도치 않게 발생한 변수가 친여 성향 개그맨 강성범씨의 발언이었다. 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정치평론 유튜브 채널에서 이 후보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후보가 화교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씨는 “이 전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니까 포털에서 이준석 관련 테마주가 뜨기 시작했고, 이준석 아버지가 화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이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대구 분이라고 해명을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얘기를 듣고 (대구보다는) 화교가 낫지 않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인터넷과 SNS 등으로 퍼지면서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이준석이 화교냐” “부모가 대구 출신이냐”는 궁금증이 크게 일어났다. 결국 이 후보의 아버지가 경북 칠곡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연히 화교는 아니었다. 이 후보는 직접 “경기도 광주 이씨 집안으로 이수성 전 총리 집안”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준석이 대구 출신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급기야 “그럼 준석이가 우리 지역 아들 아이가” “가가 남이 아이네” “준석이 함 밀어주자”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전만 해도 국민의힘 핵심 당원들은 이 대표에 대해 ‘서울 출신의 깍쟁이’ ‘조금 잘 난 체하는 청년’ 정도로 인식했다. 그런데 이 대표 부모가 대구 출신인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국민의힘 당원의 30%에 달하는 대구경북 당원들이 이 대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밀어주기 시작했다. 이 대표도 선거 과정에서 “대구에 가보니 지지 열기가 대단히 높아졌다. 기념사진 찍자고 해서 길을 가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영남의 당원과 지지층은 “우리 지역 출신 청년 정치인을 한번 키워 보자”며 전략적 지지를 하기 시작했다.

강성범의 ‘대구 화교’ 발언 이후 나 전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를 급격하게 벌이기 시작했고, 최대 30%까지 벌어졌다. 영남 지역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장 경선 당시엔 오세훈 시장을 전략적으로 지지해 후보단일화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본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까지 이기는 파란을 연출했었다. 이번엔 영남 당원들이 이준석을 상대로 똑 같은 전략적 실험을 했고 이것이 성공한 것이다. 과거 호남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전략적 지지해 성공했던 일이 영남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2030들도 전략적 지지를 해줬는데 자신들의 투표가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손맛을 보게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