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계 전문가들과 야권 인사들을 만나며 외부 활동에 나선 지난달 말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25일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한 단체 집회에 참석해 “윤 전 총장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게 신호탄이었다.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윤 전 총장과 관련한 파일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송 대표 등 여권 핵심부에서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한 윤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X파일’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 평론가 장성철씨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X파일을 입수해서 봤다”는 글을 올리면서 불길이 야권 내부로 옮아붙었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씨는 이 글에서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 선택 받는 것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 결론”이라며 “’방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장씨는 파일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국민의힘에서는 “근거 없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오히려 민주당에선 X파일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한 발 빼는 태도를 보였다.

‘윤석열 X파일’로 불리는 괴문서는 현재 최소 3가지 판본이 전자파일 형태로 유포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윤석열 X파일(목차)’이란 제목의 PDF 파일로 6쪽 분량이다. 여기에는 윤 전 총장과 그의 아내, 장모의 신상 정보와 함께 이들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라는 내용이 정리돼 있다. 현재 재판 중이거나 윤 전 총장 인사 청문회 등에서 거론됐던 의혹들을 정리한 내용도 적잖다. 의혹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윤 전 총장 아내 김모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에 대한 기업 협찬 의혹, 장모 최모씨의 요양원 운영 비리 의혹, 그리고 윤 전 총장이 검사를 할 때 측근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이다. 그 밖에 ‘윤석열 마누라’ 등의 제목으로 된 80개 정도의 문서 압축 파일(97.90MB 분량), ‘윤석열 누가 죄인인가’란 제목의 문서 파일(238MB 분량)도 유포되고 있다.

이런 파일의 출처나 작성자, 파일 내용의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일부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는 윤 전 총장 관련 의혹을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장성철씨는 22일 라디오에 나와 파일 제작자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 활동을 하면 공격하겠다고 마음먹은 쪽에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X파일에 윤 전 총장의 금융 상황과 관련된 정보가 있는데 어떠한 기관의 힘이 개입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좀 든다” “여권에서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 공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은 자신을 견제하려는 여권 일부 세력과 야권 일부 세력이 연계된 것 아닌가 의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