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이 “미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고 발언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광복회가 1일 공식 보도자료로 김 회장을 두둔했다. 그 공식자료엔 맥아더가 한국인을 ’개무시'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광복회는 법정 국가유공자 단체다.
광복회는 1일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인 개무시한 맥아더 포고령을 비판해야지, 포고령 내용을 밝힌 김원웅 회장 비난,납득 안돼’라는 제목의 김 회장 명의 보도자료를 걸었다.
특히 광복회는 자료에서 “해방 후 한반도에 진입한 미군과 소련군은 각각 포고령을 발표했다. 소련군 치스차코프는 스스로 ‘해방군’임을 표방했지만, 미군 맥아더는 스스로 ‘점령군’임을 밝히고, 포고령 내용도 굉장히 고압적이었다”며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 ‘역사적 진실’을 말한 것뿐이다. 한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한국인을 무시한 맥아더를 비판해야 한다. 맥아더의 한국 무시 이 사실을 밝힌 김 회장을 비난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적혔다. 이어 “반민족기득권세력에게는 맥아더가 ‘은인’이다. 그들이 맥아더의 진실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들에게는 맥아더의 포고문이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고 했다.
광복회가 이 자료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최근 논란이 된 김원웅 회장 개인의 강연 발언이 광복회 공식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경기 양주백석고 학생을 상대로 영상 강연을 했다. 강연에서 그는 1945년 해방 직후 한반도 북쪽을 점령한 소련군 포고문에 ’조선 해방 만세'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강조한 뒤, 곧바로 “맥아더 장군이 남한을 점령하면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앞으로 조선인들은 내 말을 잘 들어야 된다’ ‘내 말을 안 들을 경우에는 군법회의에 회부해서 처벌하겠다’ ‘그리고 모든 공용어는 영어다’. 이런 포고문을 곳곳에 붙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차이가 크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개한 당시 맥아더 사령부 포고문을 보면,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뒤에 곧바로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맥아더군이) 명심하고” “(조선) 점령의 목적이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그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확보함에 있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이런 내용을 쏙빼고, 맥아더가 “우리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라고 선언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학계에선 당시의 포고문 문구만으로 미군이 점령군이고 소련이 해방군이라는 식의 도식적인 접근은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목적으로 38선 남쪽은 미군이, 북쪽은 소련군이 ‘점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 선동을 중시해 정치장교까지 두고 있던 사회주의 군대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결국 소련군이 미군에 비해 정치 선전에 능했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이미 17년 전인 2004년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에서 왜곡된 기술로 학계의 비판을 받았던 내용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미군의 맥아더 포고문이 철저한 행정문서였던 데 비해, 소련군의 치스차코프 포고문은 읽은 사람이 거의 없이 북한 역사책에만 나와 있는 프로파간다였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아니다”며 “같은 시기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의 해방을 축하한다'는 문서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당시 미국의 입장을 더 잘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맥아더 사령부 포고 제1호(1945. 9. 9) 전문(全文)이다.
<아래>
조선 인민에게 고함
미국 태평양 방면 육군 총사령관으로서 이에 다음과 같이 포고한다.
일본 제국 정부의 연합국에 대한 무조건 항복은 아래 여러 국가 군대 간에 오래 행해져 왔던 무력 투쟁을 끝나게 하였다. 일본 천황의 명령에 의하고 또 그를 대표하여 일본 제국 정부의 일본 대본영이 조인한 항복문서의 조항에 의하여 본관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
조선 인민의 오랫동안의 노예상태와 적당한 시기에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하고 조선 인민은 점령의 목적이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그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확보함에 있다는 것을 새로이 확신하여야 한다. 따라서 조선 인민은 이 목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원조 협력하여야 한다. 본관(本官)은 본관에게 부여된 태평양 방면 미 육군 총사령관의 권한으로써 이에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과 조선 주민에 대하여 군정을 세우고 다음과 같은 점령에 관한 조건을 포고한다.
제1조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와 조선 인민에 대한 통치의 전 권한은 당분간 본관의 권한 하에서 시행된다.
제2조 정부 공공단체 및 기타의 명예직원들과 고용인 또는 공익사업 공중위생을 포함한 전 공공사업기관에 종사하는 유급 혹은 무급 직원과 고용인 또 기타 제반 중요한 사업에 종사하는 자는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종래의 정상적인 기능과 의무를 수행하고 모든 기록과 재산을 보존 보호하여야 한다.
제3조 주민은 본관 및 본관 권한 하에서 발포한 명령에 즉각 복종하여야 한다. 점령군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또는 공공안녕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용서 없이 엄벌에 처할 것이다.
제4조 주민의 재산소유권은 이를 존중한다. 주민은 본관의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일상의 업무에 종사하라.
제5조 군정 기간에는 영어를 모든 목적에 사용하는 공용어로 한다. 영어 원문과 조선어 또는 일본어 원문 간에 해석 또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거나 같지 않을 때에는 영어 원문을 기본으로 한다.
제6조 이후 공포하게 되는 포고 법령 규약 고시 지시 및 조례는 본관 또는 본관의 권한 하에서 발포될 것이며 주민이 이행하여야 될 사항을 명기할 것이다.
미육군 태평양방면 육군 총사령관
미국 원수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