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강화된 거리 두기 단계를 연장하게 되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하고 “하지만 그동안 시행한 고강도 방역 조치가 확산세를 꺾지는 못했어도, 급격한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작년 말 직접 나서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모더나 백신의 수급 지연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한다”며 “해외 기업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산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모더나사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이다. 청와대는 작년 12월 문 대통령이 스텐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 통화하면서 올해 2분기에 모더나 백신 4000만회 분량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 지연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홍보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온 물량은 지금까지 115만2000회분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고 장관을 앞세웠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함께 브리핑을 열고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 팀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거리 두기 격상에 대해 “송구하다”고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백신 공급 차질과 접종 시스템 오류 등에 대해 참모들을 질책했을 뿐 K방역 성과만 강조했다.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해온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사퇴 요구에도 침묵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호주의 접종 완료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자 스콧 모리슨 총리는 국민에게 사과했다. 모리슨 총리는 “우리는 연초에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백신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며,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고 했다. 8일 현재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가장 낮다는 집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