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 대선 주자 지지율과 정당, 그리고 대통령 지지율 결과가 여론조사마다 널뛰기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대 대선과 비교해 이번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며 “유권자들의 ‘여론조사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여야 모두 여론조사를 당내 경선 등에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선 주요 후보 다자 대결 지지율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발표된 일곱 곳의 대선 후보 다자 대결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약간이라도 앞선 조사가 네 곳인 반면 나머지 세 곳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앞섰다. 누가 우세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구난방이다. 비슷한 시기의 조사도 결과가 크게 달랐다. 13~1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조사에서 대선 후보 적합도는 윤석열 후보 30.6%, 이재명 후보 26.2%, 이낙연 후보 12.9% 등이었다. 하지만 12~14일 한국리서치‧KBS 조사는 이재명 후보 25.6%, 윤석열 후보 18.1%, 이낙연 후보 11% 등이었다. KSOI 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4.4%포인트 앞선 반면, 한국리서치 조사는 이재명 후보가 7.5%포인트 앞섰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두 조사에서 차이가 12.5%포인트에 달했다.

양자 대결 조사 결과도 들쭉날쭉이다. 한국리서치‧KBS 조사에선 이재명 후보(44.2%)가 윤석열 후보(36.9%)보다 7.3%포인트 높았지만, PNR리서치‧뉴데일리‧시사경남 조사(8월 10일)는 윤석열 후보(42.4%)가 이재명 후보(35.4%)보다 7%포인트 높았다.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15일 발표한 한국리서치‧KBS 조사는 민주당(34.0%)과 국민의힘(33.8%)이 비슷했다. 16일 발표한 리얼미터‧YTN 조사는 국민의힘(37.3%)이 민주당(33.5%)보다 3.8%포인트 높았다(9~13일 조사).

‘널뛰기 여론조사’ 원인으론 자동 응답(ARS) 방식과 전화 면접원 방식 같은 조사 방법이 우선 거론된다. KSOI 등 윤석열 후보가 우세한 조사는 모두 기계음이 물어보는 ARS, 한국리서치 등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조사는 모두 사람이 물어보는 전화 면접원 방식이었다. 응답률이 비교적 낮은 ARS는 정치에 관심이 높은 ‘고관여층’이 표본에 많고, 응답률이 높은 면접원 방식은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저관여층’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다. 최근엔 정치 고관여층에 보수 성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말 한국갤럽 조사에선 ‘정치에 관심이 많이 있다’는 응답자 중 보수층(33%)이 진보층(31%)이나 중도층(25%)보다 많았지만,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응답자는 중도층(37%)과 진보층(23%)이 보수층(22%)보다 많았다.

하지만 같은 방식의 조사에서 차이가 큰 경우도 있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8월 첫째 주 42%에서 둘째 주 43%로 상승세였다. 반면 한국갤럽 조사에선 8월 첫째 주 41%에서 둘째 주 36%로 급락했다. 두 조사는 모두 전화 면접원 방식이다. 하지만 4사 공동 조사는 100% 통신 3사 휴대전화 가상 번호를 활용했고, 한국갤럽은 컴퓨터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하는 임의 전화 걸기 방식으로 하면서 집 전화를 15% 섞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여론조사가 표심(票心)을 왜곡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민주주의가 크게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나 조사학회, 조사협회 등에서 체계적 연구를 통해 조사 방법론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모든 선거 조사를 선관위에 등록한다고 모두 공정할 것이라는 인식은 착각”이라며 “선관위 등이 혼란을 줄일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각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