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및 대선후보 사퇴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준석 대표가 윤 의원의 손을 잡고 사퇴 의사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부친 땅 투기 의혹으로 국민권익위 지적을 받고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범여권이 ‘사퇴말고 수사’라는 슬로건을 띄우며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윤 의원의 경우, 26일 기준 ‘부친이 혼자 농사 짓기엔 넓은 면적(3288평)의 토지를 매입했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비리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윤 의원을 상대로 한 공세엔 스스로 부동산 투기 또는 축소·은폐 정황이 명백한 의원들도 가담하고 있다.

◇‘모친의 지분쪼개기 매입’ ‘축소신고’로 제명된 의원이 “尹, 수사받으라”

윤희숙 의원처럼 부모 소유 땅 관련 문제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양이원영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는 “의원직 사퇴라는 강경수를 들고 나와 처음엔 놀랐다”라며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상하다. 무릎을 치는 묘수다. ‘사퇴쇼’ 아닌가.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라고 했다. 이어 “본인이 떳떳하면 특수본 수사를 받아서, 부친 땅과 연관이 없음을 입증하면 될 텐데 수사를 피하시려느냐”라고 했다.

비판 자격에 의문이 제기된다. 양이원영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지난 4월, 모친이 경기 광명시 3기 신도시 부지가 포함된 11개 필지를 여러 사람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기의 대표적 수법이었다. 게다가 양이 의원 본인은 모친 소유 땅을 실제 가격 9분의 1로 축소 신고한 사실까지 조선일보 보도로 밝혀졌다. 이후 그는 “내부 정보를 통해 부동산을 매매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정청래·장경태 의원 등도 “윤희숙 의원, 사퇴가 아니라 수사에 협조하라”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가정법을 사용해 윤 의원을 공격했다. “만약 윤희숙 의원 동생 남편이 박근혜 청와대 행정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보좌관 시절 확보한 정보로 땅투기 했다면 내부정보를 활용한 심각한 부패비리 사건”이라며 “의원직 사퇴를 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경찰, 공수처 수사부터 받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윤희숙 의원의 사퇴를 허락하지 않으면 자진사퇴는 불가능하다.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고, 사직 허가 여부는 표결로 한다. 사직이 허가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이 부담으로… 의원 첫 사퇴

윤 의원은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후보(이재명 경기지사)를 치열하게 공격한 저의 사직안을 처리해주지 않는다고 예상하긴 어렵다”라며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사직안을) 통과시켜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 소명을 듣고 그가 땅을 사는 데 관여하지 않았고 투기 목적도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해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윤 의원은 여당의 임대차 3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인지도를 쌓은 만큼 부동산 문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윤 의원이 처음이다.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지만, 비례대표로 의원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탈당 권고를 받은 나머지 10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여전히 민주당 소속이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