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뉴시스

중학생 딸이 또래 남학생에게 유사 성폭행을 당했다는 어머니의 호소가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끔찍한 범행에도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엄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인데, 이 사연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자 정치계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 “내 딸 고통 받는데, 가해 부모는 당당” 청원

이번 사건은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의 글이 올라오며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가해자가 딸에게 가한 행위들을 나열한 뒤 “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는 범행 과정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그 내용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만큼 암담했다”며 “어떻게 어린 아이들이 이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영상이 유포돼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될까 두려움에 떨고, 부모에게 들킬까 무섭고 미안한 마음을 느꼈을 딸은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딸의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저를 잊어도 좋으니 끔찍한 그 날의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가해자 부모 측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3일 동안 기다렸으나 단 한번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먼저 했더니 만날 필요 없다며 당당하게 나오더라”며 “그후 가해자 측이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촉법소년이니 형사처벌이 없다는 걸 알았을 거다. 사과의 편지를 보낸다기에 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이 사건의 가해자 B군을 지난달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피해자를 여러차례 성추행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협박까지 한 혐의가 인정됐으나 당시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 책임을 피하게 된 것이다.

A씨는 “B군은 당시 만 14세였지만 지금은 그 나이를 넘었다. 한 두 달 차이로 촉법소년에 분류돼 강한 처벌을 피한 것”이라며 “법을 악용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게 과연 맞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특정범죄와 죄질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촉법소년에 관한 법을 폐지 또는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 野 대선 주자들 “소년법 폐지” 한 목소리

이같은 사연이 대중의 공분을 낳자 야권 대선주자들은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등 형법 개정을 제안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청원을 언급한 뒤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범죄 피해의 고통은 가해자의 나이가 어리다고 가벼워지지 않는다”며 “촉법소년임을 악용하는 범죄마저 발생하고 있다. 촉법소년의 성폭행이나 성인의 성폭행은 모두 똑같은 흉악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14세 미만 규정은 70여년 전에 만든 낡은 규정이다. 그때와 달리 현재는 12세 이상이면 충분히 책임 능력이 있다”며 변화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보호소년법을 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년보호사건의 대상 연령을 8세~12세로 정하고 회복적 사법 절차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유 전 의원의 공약대로라면 생일에 따라서는 초등학교 6학년생도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이 가능하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형법 제9조 규정의 예외를 두고, 만 10세 이상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있으며 성인범죄와 비교하더라도 죄질이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소년법상 보호 대상 연령 및 촉법소년의 연령을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심각한 중범죄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서는 소년부 송치를 제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년은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날로 증가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며 “촉법소년 제도를 방패 삼을 수 없을 때 소년범죄의 예방 효과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 10∼14세 형사 미성년자는 보호처분으로 처벌을 대신하며,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