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33)씨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빈번하게 접촉했다는 조씨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피의자로 입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의혹 제기에 개입한) 박 원장을 13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테니 즉각 수사하라”고 밝히면서 여야 간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2018년 1월 국민의당 회의서 함께한 박지원과 조성은 - 2018년 1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회의에서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었던 박지원(오른쪽) 국정원장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서로 쳐다보고 있다. 조씨는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하다 박 원장이 국민의당을 탈당할 때 함께 당을 떠났고, 이후 박 원장과 함께 민주평화당에 입당했다. /TV조선

조씨가 12일 밤 SBS 방송에 출연해서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조씨는 “(뉴스버스에서 의혹을 보도한) 날짜와 기간 때문에 저에게 어떤 프레임 씌우기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9월 2일이라는 (보도) 날짜는, 뭐 우리 (박지원) 원장님이나 저가 원했던, 저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는 아니거든요”라며 “(뉴스버스) 이진동 기자가 (윤석열을) 치자, 결정을 했던 날짜고 그래서 제가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박 원장 개입을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받아들였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조씨가 생방송 도중 박 원장이 배후라는 걸 인정한 것”이란 해석을 제기, 이 발언을 놓고 향후 양측이 충돌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조씨가 평소 주변에 박 원장과의 친분을 빈번하게 거론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조씨는 지난 2월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박 원장이 화제에 오르자 “최근에 박 원장의 초대를 받아 국정원장 공관에 다녀왔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씨는 “공관이 상당히 넓었고 앞마당에는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멋있었다”며 “박 원장이 ‘손자를 공관에 불렀다’는 이야기도 나에게 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박 원장과 조씨는 2016년 국민의당에서 함께 활동한 이후 친분을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과 함께 국민의당을 탈당한 조씨는 2018년 2월 민주평화당 창당 때 박 원장과 함께 입당해 부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난달 11일에도 서울 도심의 한 호텔 식당에서 조씨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씨는 페이스북에 이 식당 내부 사진을 올려놓고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이라고 썼다. 박 원장은 ‘호텔 만남’에 대해 “(조씨와) 자주 만나는 사이이고 그 이후에도 만났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원장이 조씨를 공관으로 초대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현직 국정원장이 특정 대선 후보에 비판적인 야당 인사를 왜 빈번하게 만났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씨는 박 원장을 호텔 식당에서 만난 직후인 8월 22일 ‘윤석열 X신 수준’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내리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 2일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 기자를 지난 6월 말 만났고, 이어 7월 21일에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 화면 캡처를 해당 기자에게 보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대표님 응원으로 무럭무럭 자랍니다” - 2019년 5월 9일 조성은씨 페이스북 게시물. 조씨가 “불쑥 찾아오는 반가운 전화는 늘 설레게 한다”라는 글을 올리자 박 원장이 “그게 나야”라는 댓글을 달았고, 조씨가 다시 “대표님의 응원과 애정으로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조성은 페이스북

조씨와 박 원장은 페이스북에서도 소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는 2019년 5월 9일 페이스북에 “불쑥 찾아오는 반가운 전화는 늘 설레게 한다. 넘 오랫동안 목소리조차 듣지 못한 분이 불쑥 전화로 안부를 물어주시니. 엄청난 반가움이♡”라는 글을 올렸다. 박 원장은 이 글에 “그게 나야”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조씨가 다시 “대표님의 응원과 애정으로 무럭무럭 자랍니당”이라고 댓글을 썼다. 조씨가 생일 축하 카드와 선물 등을 담은 사진을 올리자 박 원장이 “축하합니다. 함께 못 해서 미안하고”라고 적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조씨의 제보 배후에 박 원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조씨는 ‘경험 없는 젊은 여성’이란 이미지를 부각해 배후설을 그럴싸하게 만들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조씨는 본지 통화에서 “박 원장이 윤석열 전 총장과 가깝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고발 사주’ 의혹은 박 원장과 식사 자리에서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도 “‘젊은 여성’의 이미지로 제가 감히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뒤에 누가 있다’고 하고 싶겠지만, 2016년 (국민의당) 총선 공천심사위원, 비상대책위원 등을 경험했다”면서 “여권 인사와의 친분은 논란이 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