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5년간 전국 36개 공기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9조3000억원, 14조1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직원 숫자는 2016년 12만7000명에서 지난해 15만1000명으로 늘었고, 인건비도 같은 기간 9조8000억원에서 12조6000억원으로 뛰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여파도 있지만, 현 정부 들어 공기업들이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 경영 악화의 한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체 공기업 실적 추이

4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최근 5년간 공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석탄발전 감축 등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른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들의 경영상 타격이 컸다. 한전은 2016년 영업이익 12조15억원, 당기순이익 7조148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8년 적자 전환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영업이익 -1조2765억원, 당기순이익 -2조2635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는 저유가 덕에 일시적 반등을 했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한전 사업보고서를 보면 남동발전 등 발전 자회사 5곳은 지난해 36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남동발전은 최근 비상경영 회의를 열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발전 자회사 5곳은 올해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공동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상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코로나 등으로 철도 탑승률이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 -1조2113억원, 당기순이익 -1조3426억원을 기록했다. 코레일은 지난해 경영 평가에서 고객만족도 조사 내용 조작 등으로 하위 등급을 받았다. 또 비용 효율화를 위한 SR과의 통합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논의가 5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도 저유가와 석유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 -541억800만원, 당기순이익 -2조4391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한국조폐공사와 한국부동산원은 5년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159억1100만원, 84억4900만원 줄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침에 따라 대규모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던 기업들도 타격이 컸다. 최근 4년간 8000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6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 1조3080억원, 당기순이익 9649억89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은 -3607억34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4228억5300만원에 달했다.

2018년 초 경마지원직 5000명을 한꺼번에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영업이익 -4603억8700만원으로 적자를 냈고, 당기순이익도 -4638억2800만원을 기록했다. 인건비 부담과 함께 코로나로 연간 7조원 규모에 달했던 마권 판매 수입이 뚝 끊긴 결과로 풀이된다. 마사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경영난 극복을 위해 300억원대 부동산을 매각하고 2000억원대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년간 공기업들의 이자 부담 능력이 크게 줄어 금리 인상기를 앞두고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부채 중 이자 부담분을 뜻하는 ‘이자부부채’는 2016년 237조5971억원에서 지난해 244조1689억원까지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도 같은 기간 366.4%에서 182.3%까지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우리 공기업들의 이자 상환 여력이 줄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 정기 국회 1차 본회의에서 안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기업의 영업 활동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뜻하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4%에서 5.2%로 5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추경호 의원은 “전 정권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정상화와 개혁의 성과들이 모두 엎질러진 물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