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로봇의 내구성을 시험하기 위해 로봇을 넘어트린 것을 두고 정치권과 소셜미디어(SNS)에서 논란이 제기됐다. 로봇공학 분야에선 성능 시험을 위해 로봇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에선 로봇의 인격성과 동물 학대 문제를 연결지어 ‘로봇 학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원래 성능 테스트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지난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로봇 박람회 ‘로보 월드’를 찾았다. 당시 영상을 보면 그는 네 발로 보행하는 시연 로봇을 강하게 뒤집었고, 현장에 동행한 홍정민 민주당 의원 등이 화들짝 놀라며 “망가지는 것 아니냐” “너무 세게 하셨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로봇은 복원력을 발휘해 몸을 180도 뒤집었고 이 후보는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이 후보의 이런 행동을 두고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물리력을 가하는 것은 기업이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개발 과정의 활동이지 로봇 박람회는 대선 후보가 내구성 테스트를 하는 현장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비슷한 4족 보행 로봇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던 모습도 재론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과 이재명이라는 두 인성의 차이는 감정이입의 능력에 있다”고 했다.
로봇공학의 발달과 함께 과학계에서는 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놓고 여러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로봇은 인간을 위한 기계이기 때문에 윤리적 관점에서 봐선 안 되고 이에 따라 물리력 사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점점 의식화된 존재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로봇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에선 2015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자들이 성능 시험을 위해 로봇 개 ‘스팟’을 발로 차는 영상을 올리자 적절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비윤리적이라고 반발하자 사측은 “의식이 없는 로봇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후보는 31일 “복원 능력 테스트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언론이 일부 장면만 보여주며 비판하는 건 ‘스테이크를 먹었더니 식당에서 칼을 휘둘렀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다만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성능 시험은 통제된 조건 아래 수치화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즉흥적으로 로봇을 뒤집은 것이 유의미한 테스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