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마지막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이 당원 투표(11월 1~4일) 시작을 하루 앞둔 31일 당심(黨心)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경선 후보들은 이날 마지막 TV 토론에서 ‘본선 경쟁력’ ‘중도 확장성’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홍준표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게 민심의 흐름”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민주당 정부의 고질적인 내로남불과 부패 카르텔에 맞서 새 인물을 내세우는 것이 중도 확장에 더 유리하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년 넘게 개혁 보수를 주장해 온 제가 중도 확장성이 가장 크다”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대장동 게이트를 꿰뚫는 저만이 이재명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다”며 대안론을 펼쳤다.

홍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은 ‘398 후보’”라며 “20대의 3%, 30대의 9%, 40대의 8% 지지율로 본선 치르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이 확장성을 얘기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제가 9%라면 홍 의원은 한 50% 된다”며 “소위 ‘꿔준 표’라고 해서, 본선에서 결국 민주당 뽑을 사람들인데 그걸 확장성이라 생각하나”라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은 윤·홍 후보를 겨냥해 “비호감도 1, 2위가 두 분인데 그렇게 해서 과연 중도층 마음을 잡을 수 있겠느냐”고 했고, 원 전 지사는 홍·유 후보를 향해 “두 분이 중도 확장성을 말하고 있지만, 4년 전 악몽이 생각난다”고 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2017년 대선 때 낙선한 것을 끄집어낸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투표 일정

후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 투표 득표전을 벌였다. 홍 의원은 최근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이 불고 있다며 자신을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문재인 정권이 설치한 의혹의 시한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다른 후보들이 할 수 있었다면 비정치인인 저를 왜 불러내셨겠나”라며 “무도한 비상식적 정권과 단기필마로 싸워온 제게 주신 과업”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의 적임자가 자기란 주장이다.

후보들이 막판 당심 잡기 경쟁에 나선 것은 이번 경선에서 여론조사와 함께 50%씩 반영되는 당원 투표가 승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당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후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수가 종전 28만명에서 57만명으로 늘어난 게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약 29만명에 달하는 신규 당원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 측은 “2040 당원이 종전보다 7~8배 증가했는데 젊은 층 지지를 받는 홍 의원이 유리하다”고 했고, 윤 전 총장 측은 “조직력에서 앞선 윤 전 총장이 당원 투표에서 홍 의원을 압도할 것”이라고 했다.

네 후보 어제 마지막 TV토론 -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합동토론회를 갖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유승민, 홍준표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후보들은 주말 사이 대구를 찾거나 ‘이명박·박근혜 사면’을 약속했다. 홍 의원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이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 조치한 것과 관련해 “당원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당선 즉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예능 프로 ‘SNL코리아’에 출연해 ‘다시 태어나면 지금 아내와 다시 결혼하기, 아니면 대통령 되기’ 중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 “답은 무조건 1번”이라고 했다. 아내 김건희씨 이슈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불안감을 불식하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유 전 의원은 대구를 찾아 “대구의 아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탄핵 찬성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염두에 둔 듯 “고향 분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업보라고 받아들여 왔다”며 “서운한 감정, 이제는 거두어 달라”고 했다. 원 전 지사는 경기 성남을 찾아 “원희룡이 대선 링에서 내려가는 순간 이재명은 대장동 올가미에서 풀려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