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자 제10차 합동토론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원희룡·홍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당원투표 첫날인 1일 “홍준표 의원은 대통령 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리스크가 있다”며 경쟁자들을 저격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다른 후보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면 공약 준비를 해 와야 한다”며 “그런데 (홍 의원은) 자기가 발표할 공약에 대해 질문했다고 같은 당 후보에게 ‘야비하고 역겹다’라는 등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말했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토론에서 나온 원 전 지사와 홍 의원 간의 충돌을 언급한 발언으로 보인다. 당시 원 전 지사가 탄소세에 대한 입장을 묻자, 홍 의원은 “무슨 장학퀴즈식으로 묻는다. 질문이 야비하게 느껴지니 답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신경전은 이후 31일 토론에서도 이어졌다. 홍 의원이 원 전 지사를 향해 “내가 후보가 되면 대장동 의혹 TF 팀장을 맡아달라”고 하자, 원 전 지사가 “저 역겹다고 며칠 전 페북에 올리지 않으셨냐”고 받아친 것이다. 홍 의원은 “공약에 대한 것이 아닌, 상대방을 당혹시키려는 의도가 역겹다는 것”이라고 했다.

2021년 10월 31일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제10차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시작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원 전 지사는 “제가 질투심이 있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렇게 말한 사람이 또 자기 여론조사 잘 나온다고 의기양양해서 부하로 들어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걸 보니 ‘아 이분은 대통령 되려고 진지하게 문제를 시름하고, 사람을 중시해서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자기 품을 넓히는 데는 별 관심이 없으시구나’(싶었다)”며 “4년 전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경험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원 전 지사는 “없는 것도 만들어낼 판에 여권 공격이 예정돼 있고 이미 다 쌓여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지자들도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씻지 못하는 거고 ‘설마, 뭐 괜찮지 않겠냐’는 식으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 공방으로 계속 벌어지다 보면 초점이 정책이라든지 자기 장점을 국민에게 살릴 수 있는 쪽이 아니라, 수세에 몰리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상대인 이재명 후보의 문제점을 파고들 수 있는 공세의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원 전 지사는 자신의 경쟁력을 언급하며 ‘이재명 저격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저에 대해 그동안 ‘똑똑한 것 같긴 한데 모범생 아니냐’는 선입관이 있었다”며 “아무도 안 한 ‘이재명 대장동 의혹’을 직접 파고들어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가는 걸 보면서 ‘아, 한방이 있구나’라는 원희룡의 재발견이 이뤄진 게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