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대장동 의혹 규명에 소극적인 여권에 민심이 호의적이지 않고, 여전히 경선 후유증으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 회사가 지난 1~3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야 4개 정당 후보들의 가상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홍준표 후보는 모두 상승했다. 우선 이재명(27%)·홍준표(35%)·안철수(8%)·심상정(6%) 대결에선 지난주 조사에 비해 이 후보 지지율(34→27%)이 하락한 반면 홍 후보(29→35%)는 상승해서 선두가 바뀌었다. 이재명(30%)·윤석열(35%)·안철수(7%)·심상정(6%) 대결도 이 후보(35→30%)는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윤 후보(28→35%)는 오르면서 오차 범위 내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각각 27%로 동률이었고, 유승민 후보 10%, 원희룡 후보 3%였다. 일주일 전에 비해 윤 후보는 7%포인트, 홍 후보는 2%포인트 올랐다.
정당 지지율도 지난주 조사에 비해 민주당(35→27%)은 8%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31→38%)이 7%포인트 상승했다. 정의당은 5%,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은 3%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4사가 공동 조사를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였다. 민주당은 40대에서만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높았고 20대에서 16%로 가장 낮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 폭이 컸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의 44%에서 5%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해,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대장동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이 의혹 규명에 소극적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최근 이슈로 띄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 4일제, 음식점 총량제 등도 호응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일 때 실시한 조사라서 일종의 컨벤션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후보가 확정되고 ‘원 팀 선대위’가 출범했는데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세인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경선 이후 내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점, 후보의 확장성 부족 등이 지지율 답보 이유란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장동 이슈가 계속 굴러가고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원 팀 선대위도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20~30대 여성들의 지지를 얻을 만한 계기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여성 의원은 “여성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정책 개발을 해서 공약으로 내놔야 한다”고 했다. 다만 “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응답을 대기하는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 실시한 조사라서 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 건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개 조사 회사 공동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30.1%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