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허경영한테 전화 받은 분?”
14일 일요일 오전 9시 49분. ‘02-780-9010′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070′으로 시작한 번호였다면 ‘스팸이겠지’하고 거절했겠지만, ‘02-780′ 이 번호는 느낌이 달랐다. 받아야 할 것 같은 번호였다. 그래서 받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대선 투표 독려 전화였다.
받자마자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라는 소갯말이 나왔다. 순간 필자도 인사해야 하나 싶었지만, 허 후보는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재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코로나로 얼마나 힘드십니까. 대한민국 미래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은 용기 있는 투표입니다. 허경영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후 통화는 끝났다. 해당 음성은 사전 녹음된 것이었다.
통화 종료 후, 1분간 멍 때리다 ‘02-780-9010′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중이었다.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허경영 전화’를 검색했다. 트위터에는 이미 13일부터 허경영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네티즌들의 인증글이 수두룩했다. 14일 한때 ‘허경영 전화’ 키워드는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허 후보 전화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02-780-9010′ 전화번호를 공유한 뒤 “이거 허경영 전화니까 받지 마라”, “서울에서 전화 와서 받았더니 허경영 전화였음. 공익을 위해 공개합니다. 전화 받지 마세요. 여러분의 1분 1초는 소중하니까요”, “일요일에 전화는 심한 거 아니냐”, “수시 원서 넣은 거 문제인가 하고 받았더니 허경영이었음. 잠이 확 깨네”, “내 개인정보는 어디까지 퍼진 거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광고인 줄 알고 일부러 받지 않았다는 네티즌들은 “이거 허경영 전화였어? 아쉽다”, “전화도 참 많이 돌렸네, 나도 받을 걸 그랬나? 웃기다”, “밥 먹고 자느라 이 재미있는 걸 놓쳤네”, “받는 게 유행인 거 같은데”, “받을 걸 그랬네”라며 반응을 보였다. 허 후보에게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네티즌들은 “기다리고 있다”, “왜 나한테는 안 하냐”, “내 정보는 안팔렸냐”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허경영 전화’ 인증 글이 쏟아지자, 허 후보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허경영 전화 받았죠?♡”라는 짧은 글로 화답했다.
허 후보의 투표 전화 독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투표 독려 메시지를 사전 녹음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돌렸다. 당시 허 후보는 20초가량 코로나 극복 메시지와 함께 ‘후회 없는 한 표’를 강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