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 7조’ 국민청원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온 논객 조은산은 인천 흉기사건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해 “남·여 경찰의 문제가 아닌 경찰의 기본자세의 문제”라고 지적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사건에 대한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은산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임기 말에 괜한 논란에 휘말려 지지율이나 잃진 않을까,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정치인으로서 노심초사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건 ‘여경·남경의 문제가 아니’라며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그토록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는 대통령의 상투적인 어법이 아니다”라며 “국민은 지금 책임 있는 자에 의한 실질적인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산은 문 대통령을 ‘방관자’라고 칭하며 “결국 여경, 남경의 문제가 아닌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결론밖에 도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국민이 계속 죽어 나가는 것을 방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치안 현실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변형된 페미니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대한민국 치안 환경은 원시적이고 후천적”
조은산은 “대한민국의 치안 환경은 여성과 남성이 가진 신체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원시적이고 후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칼을 든 범죄좌와 무고한 시민, 출동 경찰관 중 누군가가 꼭 죽어야 한다면 이 사회는 언제나 그것이 시민이거나 혹인 경찰관일 것을 강요해왔다.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민 혹은 ‘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경찰관의 몫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어 “정작 죽어야 할 범죄자는 절대 죽지 않는 기이한 나라가 됐다. 불시에 흉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경찰도 사람이다’는 논리는 진부하다”며 “사실 한국 경찰은 똥개다. 입마개를 쓰고 발싸개를 찬 채 강제로 투견장에 내몰려 도사견을 상대해야 하는 그 똥개에게 ‘기본자세’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 “입장에 충실한 말만 남긴 채 사라진 대통령”
조은산은 “’여경이 빤스런했다’는 식의 마녀사냥으로 방향을 설정한 여론은 이제 ‘(남녀 경찰)모두를 파면하라’는 식의 양비론으로 선회한 듯하다. 책상머리에 앉아 먹물을 갈던 일부 법조계와 정치권은 수사권 조정에 도취해 본분을 망각하게 된 결과라는 말을 제멋대로 지껄인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그들을 비롯한 국민은 왜 아무도 시보 6개월 차에 불과한 여순경이 일회성 장비에 불과한 테이저건을 차고, 20여년의 경찰 생활을 통해 권총을 절대 뽑지도 말고, 쏘지도 말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은 선배 경찰과 함께 칼을 든 자를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지 결코 알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경찰상은 분명 아닐텐데 말이다”라고 말했다.
조은산은 문 대통령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며 “정국 주도하에 이루어진 남녀평등 선발 기준에 대한 모호함도, 성별 갈등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이 나라의 정치적 치안 현실에서도, 그는 제 입장에 충실한 몇 마디 말들만 남긴 채 뉴스 화면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어떤 현상에 대해, 또는 누군가를 향해 기필코 분노해야 한다면, 나는 그 분노를 ‘빤쓰런’한 애송이 신참 경찰관을 위해 허비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그 애송이가 슈퍼맨이, 혹은 원더우먼이 되지 못하게 ‘인권’이라는 입마개와 ‘억대 소송과 감찰 조사’라는 발싸개로 꽁꽁 묶어버린 어느 정치 집단과 지도자를 향해, 내 마음속 분노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했다.
지난 22일 문 대통령은 인천 흉기난동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이번 사건은 남경과 여경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기본 자세의 문제라며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했다. 두 경찰이 피해자를 두고 범죄 현장을 이탈한 사건이지만, 비난의 화살은 여순경에게만 쏟아졌다. 남성 이용자가 많은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경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앞서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 4층에 사는 40대 남성 A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에 사는 60대 B씨 부부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여순경은 A씨가 B씨의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걸 보고도 ‘구조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고, 빌라 밖에 있던 남경위 역시 현장에 올라가다가 순경과 건물 밖으로 나온 정황이 드러나며 부실대응 비판이 일었다.
A씨는 B씨 가족에 의해 진압됐고, 경찰은 뒤늦게 A씨를 검거했다. 인천경찰청은 해당 경찰관들의 이번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대기발령 조치됐으며, 논현경찰서장은 직위해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