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06년 헤어진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흉기로 37차례 찔러 숨지게 한 조카 김모씨의 범죄를 ‘데이트폭력’이라고 칭하며, 김씨를 변호했던 과거를 사과했다. 이 사건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A씨는 “한 가정을 망가뜨린 살인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라며 분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A씨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가 조카 김씨의 범죄를 ‘데이트폭력’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15년이 지났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심장이 저릿저릿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의 조카 김씨는 2006년 A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전 여자친구이자 A씨의 딸인 B씨와 A씨의 아내를 각각 19번, 18번 찔러 살해했다. A씨는 김씨와 다투다 베란다 바깥으로 떨어져 1년 넘게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A씨는 “죽을 때까지도 그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며 “지금도 어쩌다 가족끼리 그 생각을 하면 눈물만 흘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살인 혐의를 받는 김씨의 1·2심 변호를 맡았다. 재판 당시 이 후보는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A씨는 2007년 2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A씨는 “내 딸의 남자친구였던 그놈은 정신이상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면서 “뻔뻔하게 심신미약, 정신이상을 주장했다는 게 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조카를 변호했던 일을 사과하며 “여성 안전을 위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정치인이 된 후여서 망설여졌지만 회피가 쉽지 않았다”며 “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에 A씨는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갑자기 TV에서 사과 비슷하게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 듯 이야기하는데 참 뻔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