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무를 거부하고 사흘째 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일 제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오임종 제주4·3희생자 유족회 회장을 비공개로 만났다.

국민의힘 제주도당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전남 여수에서 출발한 여객선을 타고 오전 7시 제주항으로 입도했다. 이 대표는 오전 11시 도당사 인근 모 카페에서 오 회장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면담장소에 도착한 오 회장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당위원장 직무대행으로부터 면담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 면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4·3희생자 보상금 지급 기준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해 적극 협조해달라고 이 대표에게 건의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의 큰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가자는 간곡한 부탁을 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만남이 불발돼 정말 아쉽다”며 “다시 연락이 오면 만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에 따르면 비공개 일정이 노출되어 관심을 받게 되자 두 사람은 약속 장소를 바꿔 만남을 가졌다. 오 회장과도 이미 사전에 장소 변경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비공개 만남을 위해 오 회장이 취재진에게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과 여수, 순천에 이어 제주를 방문한 이 대표의 잠행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이 대표를 만난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이 대표가 생각하는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에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옆에서 ‘빨리 찾아가야 한다’, ‘전화해서 사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닐 수 있다”며 “덜커덕 만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느냐의 문제보다는 여러 전제 조건이 되는 분위기를 먼저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서울로의 복귀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6일로 예정된 선대위 발족식에 이 대표가 참석할 지도 관심사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2일 “선대위 구성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며 “(이 대표와) 연락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서로 입장이 부딪칠 때는 조금 숙려기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