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안동 찾은 이재명·김혜경 부부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일 아내 김혜경씨와 함께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안동김씨 화수회(일가끼리 모이는 모임)에서 설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재직할 당시 비서실에 근무했던 A씨는 이 후보 측근인 배모씨의 지시를 받고 소고기를 구매해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이 후보 자택으로 배달한 바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 신용카드로 일단 소고기값을 결제한 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법인카드 사용 규정에 맞추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2일 KBS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13일 배씨로부터 소고기 안심 4팩을 아이스박스에 넣어 이 후보 자택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실제 A씨는 그날 자신의 카드로 고깃값 11만8000원을 결제했고, 텔레그램으로 배씨에게 소고기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가격을 보고했다.

그런데 이튿날, A씨는 해당 매장에서 전날의 개인카드 결제를 취소하고, 법인카드로 다시 동일한 금액을 결제했다. 사용처는 이 후보가 당시 근무했던 경기도청에서 30km 떨어진 성남시의 한 정육식당이었다.

이런 식의 개인카드 결제→취소→법인카드 결제는 이 건을 포함해 모두 10여차례 이뤄졌다고 A씨는 주장했다.

왼쪽부터 A씨가 지난해 4월 13일 개인 카드로 결제한 내역, 식당에서 취소한 후 경기도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한 영수증. /KBS

조선닷컴은 김경율 회계사에게 이 같은 사용 패턴의 이유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계사는 A씨 개인 카드로 결제한 후 다음날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한 데 대해 “법인카드를 쓰려면 제약이 있는데 시간 제약을 피하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법인카드를 법정공휴일 및 주말,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 비정상 시간대에 사용할 수 없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 역시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씨 측이 개인카드로 선결제한 뒤 다음날 도지사 법인카드로 바꿔 결제했다고 한다”며 “왜 그랬을까? 저녁 시간대라 법인카드 사용(시간)이 안 맞아서? 이 후보의 동선과 너무 동떨어진 경우?”라고 말했다.

실제로 A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배씨의 소고기 구입 지시를 받고 결제를 진행한 시각은 오후 5시40분~6시10분 사이로, 경기도청 공무원이 청사에서 30km 떨어진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다음날 이를 취소하고 다시 결제한 시각은 낮 12시41분으로 점심 시간대에 해당한다.

김 회계사는 또 “생고기를 굳이 정육식당에서 샀다는 건 회식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일부러 결제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육점이나 마트에서 고기를 사면 식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개인 용도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육점을 함께 운영하는 정육식당을 일부러 찾아갔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3일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 행위를 살피지 못했고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며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자랐다”고 했다. 또 “일부 언론에서 부적절한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도지사 재임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는지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