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중동 3국 순방에 동행했던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관람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는 ‘외유 논란’이 불거지자 3일 “이집트 정부의 강력한 요청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번 순방 이후 수행단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것도 알리지 않다가 뒤늦게 밝혔다.
김 여사는 19~21일 카이로를 방문했을 당시 이집트 문화부 장관과 함께 피라미드를 찾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다른 일정 때문에 가지 않았다. 통상 정상의 순방 일정은 공개된다. 문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우디 왕국 발상지 디리야 유적지를 방문한 것도 공개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여사의 피라미드 일정은 알리지 않았다.
이날 언론 보도로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에선 “코로나가 극성인데 굳이 피라미드를 구경했어야 했나. 결국 김 여사의 ‘버킷 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졸업 여행이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는 “자국의 자랑스러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외국 정상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거절했다면 외교적 결례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 여왕이 경북 안동에 다녀갔을 때 우리가 얼마나 자부심 가졌느냐”고도 했다.
청와대는 피라미드 방문을 비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양국이 협의한 결과”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순방에 동행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집트 정부는 여사님만 가는 것도, 그것도 비공개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 의아해했다”고 했다. 우리 측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피라미드에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선 “어떤 음해와 곡해가 있을지 뻔히 예상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