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였던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가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하자 민주당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 논쟁은 안 선수가 러시아 선수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한번 벌어졌던 것인데, 안 선수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를 맡은 가운데 쇼트트랙에서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 잇따라 벌어지자 반복되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지난 8일 오후 “이재명 후보는 쇼트트랙 경기 장면이 나오면, 눈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원 본부장은 “안현수가 속해 있던 성남시청 빙상팀 해체할 때 이재명 시장, ‘직장 운동부 1명이면 가난한 아이 3명을 도울 수 있다. 나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라 이런 데 돈 못 쓴다’고 했다”고 했다. 원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 모라토리엄 핑계를 댔지만 그게 가짜 부도였다는 것, 이재선 형님이 폭로(했다)”며 “이재명 시장의 팀 해체로 안현수 선수는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랬던 이재명 후보가 중국 올림픽에 나간 쇼트트랙 선수 응원할 염치가 있느냐”고 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수 시간 뒤 “원희룡 본부장은 조작 전문가로 전락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원 본부장의 글에 반박했다. 전 의원은 “원 본부장은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악의적인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며 “과거 안현수 선수 아버지의 인터뷰만 확인해도 무엇이 진실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한국 대표팀으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매달 3개와 동매달 1개를 획득한 안 선수는 2011년 8월 러시아에 귀화를 신청했다. 2010년 12월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해체돼 무적(無籍) 상태로 있으면서 한 신청이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는 2010년 7월 성남시 채무 누적을 이유로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했고, 그해 말 당시 하키, 펜싱, 육상, 쇼트트랙 등 15개 종목이 있던 성남시청 직장운동부에서 쇼트트랙을 포함한 12개 종목 팀을 해체했다. 안 선수는 귀화 신청 넉 달 만인 2011년 12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러시아에 귀화를 했고,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가 되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안 선수 아버지 안기원씨는 안 선수가 러시아 귀화 신청을 하기 4개월 전인 2011년 4월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4월 17일 이후에 들어오라고 초청장을 받았다”며 “실업팀(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이 없어진 일도 있고, 현수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생활 하면서 마음 고생도 많이 해서 이제는 여기를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안씨는 “(안 선수가) 빙상연맹의 무관심, (성남시의) 팀 해체에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또 “성남시청이 쇼트트랙 빙상부만은 없애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재명) 성남시장님의 선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치적인 놀음으로 이렇게 팀이 부활되지 못하고 없어졌다”고 했다.
안기원씨는 그러나 안 선수가 러시아 국가대표팀 선수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인 2014년 2월에는 ‘성남시청 팀 해체와 안현수 귀화는 무관하다’고 했다. 안씨는 그해 2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는) 한국에서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성남시청(팀)이 해체되기 전에 현수는 러시아 가는 것이 확정이 돼 있었다”고 했다. “성남시청(팀)이 해체가 안 됐어도 현수는 러시아 가기로 벌써 결정이 다 돼 있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성남시청(팀) 해체가 현수가 러시아 가게 된 동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 인터뷰 다음날인 2014년 2월 18일 당 회의에서 “안현수가 이재명 시장의 성남에 1년간 (팀) 해체 유예를 요구했으나 단칼에 거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이런 것이 우리 선수의 가능성을 짓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이재명 당시 시장의 팀 해체 결정 자체를 비난했다. 그러자 이재명 당시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홍문종 총장은) 정신이 아득해졌느냐”며 홍 총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집권당 사무총장이면 국가의 감독을 받는 체육회 소속 빙상연맹에 책임을 물어야지, 치졸하게 기초(자치)단체장인 내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느냐”고 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안씨의 서로 다른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서로 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국민의힘 원희룡 본부장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안씨의 2011년 인터뷰를 인용했고, 원 본부장은 9일 오전 페이스북에 안씨의 2014년 인터뷰 기사를 올리고 “이재명 후보님, 성남시 빙상팀 해체 관련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요? 이 기사로 반사”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