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가운데 한복) 광복회장의 멱살을 잡는 등 거친 항의를 하는 김임용(왼쪽) 광복회 회원을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김임용 회원은 임시정부 입법기관이었던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당헌(棠軒) 김붕준(1888~1950) 선생의 손자로 김원웅 회장의 독단적인 정치활동으로 광복회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덕훈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온 카페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과 관련, 광복회가 김 회장 해임안을 표결하기로 했다. 가결될 경우 광복회(1965년 창립) 57년 역사상 처음으로 회장이 개인 비리로 탄핵당하는 사례가 된다.

광복회는 지난 14일 대의원들에게 공고문을 보내 1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광복회장 불신임안’ 투표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다고 통보했다. 전체 대의원 61명의 3분의 2 이상인 41명이 해임안에 찬성하면 김 회장은 2019년 6월 취임 후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

◇비자금으로 마사지 등 확인

광복회 상당수 대의원은 김 회장을 해임시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최근 수년간 ‘이승만 친일파 결탁’ ‘백선엽은 사형감’ ‘소련군은 해방군’ 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다, 각종 상을 여권 인사들에게 주거나 자신을 반대하는 광복회원들을 무리하게 징계해 안팎에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실까지 나타나자 한 광복회원은 “더는 김원웅을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회장 관련 의혹을 감사한 국가보훈처는 이날 김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7256만5000원이라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했다. 한복·양복 구입 440만원, 이발비 33만원, 마사지 60만원 등 사용 내역이 확인됐다.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무허가 업소에서 전신 마사지를 10만원씩, 모두 6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광복회관에 사무실이 있는 김 회장이 직선거리로 13km 떨어진 아파트까지 가서 마사지를 받은 이유는 향후 경찰 조사에서 밝힐 대목이다.

김 회장이 강원 인제에 설립한 협동조합 ‘허준약초학교’에 공사비 1486만원, ‘안중근 의사 모조 권총 구입 대금’ 220만원 등을 비롯, 국회의원실 화초 구입비(300만원), 명절 상품권(200만원), 직원 상여금·야유회비(1420만원) 등 비자금 추가 사용 내역도 확인됐다.

◇'정족수 미달’ 투표 무산 노리는 듯

김 회장은 당초 “사퇴하지 않겠다”며 회원들의 총회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만에 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경찰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마음을 바꿨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투표 무산’ 또는 ‘정면 표 대결’ 같은 전략을 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광복회는 임시 총회 공고문에서 투표 방식을 ‘직접 투표’라고 특정했다. 고령·병환 등으로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대의원이 적잖다는 점을 노려 김 회장이 ‘정족수 미달’로 총회 무산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복회 정관엔 회장 해임 표결 방식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김 회장이 ‘직접 투표’ 이외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할 경우 투표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광복회는 지난 수년 동안 민법을 근거로 위임장이나 대리인을 통해 표결을 해왔다”며 “투표가 무산될 경우 광복회는 사실상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표 대결’에도 대비해 자신을 지지하는 10여 명 간부들을 만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대의원 21명 이상만 확보하면 해임안이 부결된다. 이럴 경우 김 회장은 자신이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내년 5월까지 4년 임기를 채울 수도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해임 요건인 3분의 2가 의외로 까다롭기 때문에 가결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