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이 3·1절을 맞아,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겠다며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정호승 시인은 이 시에서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를 ‘그리운 미친X’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되자, 공개 사과한 바 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이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3월 1일 오늘이면 유관순 열사가 여전히 태극기를 흔들고 서 있는 것 같다. 일제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섰던 선열들을 기리며 시 한 편 올린다”며 정호승 시인의 ‘유관순’ 시를 게재했다.

이 의원이 시를 올리자마자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이 시에는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가 ‘그리운 미친X’으로 묘사돼 있는데, 이 문구는 9년 전 유관순 열사 유족들의 항의로 정호승 시인이 공개 사과까지 한 적 있기 때문이다.

‘유관순’ 시는 정호승 시인이 1979년 발간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처음 실렸다. 그러나 2013년 5월 한국시인협회가 한국 근현대사 인물에 대한 시를 모아 발행한 시집 ‘사람’에 재수록되면서 유관순 열사 유족들에게 알려졌다.

유관순열사유족회 측은 정호승 시인에 “유관순 열사의 명예와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며 일간지에 사과문을 내라고 요구했고, 두 달 뒤 정호승 시인은 4개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서 정호승 시인은 “’유관순’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특정낱말(그리운 미친X)을 사용함으로써 35년 동안이나 유관순 열사의 고귀한 명예를 욕되게 하고 애국애족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며 “앞으로 정호승의 이름으로 발간되는 어떠한 시집에도 연작시 ‘유관순’이 영구히 게재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또 “시인으로서 석고대죄하며 참회하고 사죄드려야 마땅한 일”이라며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도 이 시가 게재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병훈 의원 페이스북

이병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유관순’ 시가 논란이 되자, 원글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사과드린다. 3·1절을 맞아 올린 게시물에 부적절한 시를 인용해서 물의를 빚었다”며 “해당 시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시인이 사과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유관순 열사나 선열들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날 이 의원은 조선닷컴에 “보좌관이 내 허락 없이 올렸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표현이 거세서 삭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