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 부산 남구청,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각각 찾아 투표하고 있다./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8일 마지막 부동층으로 꼽히는 이른바 ‘이대녀’(20‧30대 여성)들의 표심이 변수로 떠올랐다.

기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를 지지하던 일부 20‧30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마음이 기울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 후보를 공개 지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전날 CBS 라디오에서 “2030 여성들이 그동안에 심상정에 붙어 있다가 이재명 후보로 갈아타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 같은 선택이 이 후보에 대한 호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 후보 간 양강구도가 심화되자 윤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이 후보를 찍기로 결정했다는 의견이 다수다. 차악을 선택한 셈이다. 윤 후보는 앞서 ‘여성가족부 폐지’‧'무고죄 강화’ 공약,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 ‘구조적 성차별 없다’ 등 발언으로 여성계의 비판을 받았다.

직장인 이모(28)씨는 조선닷컴에 “원래 심 후보를 찍으려 했었는데, 막상 선거가 다가오니 고민이 된다. 사람마다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는 여성인권 관련 이슈를 최우선으로 두고 판단한다”며 “유력 후보인 두 후보 중에서 그나마 여성 유권자의 눈치를 보는 게 이 후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여성으로서 무력하고, 이번 선거가 ‘생존’처럼 느껴진다. 심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것 같다. 윤 후보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N번방(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최초 신고자이자 보도자인 ‘추적단불꽃’의 활동가 박지현씨가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원생 김모(29)씨는 “박씨 영입을 보고 처음에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걸 계기로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어쩌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윤 후보도 신지예 前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해 여성층을 노려보려고 했지만, 당내 반발도 심했고 잘 안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2030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들은 “심 후보 지지하지만 이번엔 눈 딱 감고 (사전투표에서) 이 후보 찍었다”, “심 후보의 득표율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소신대로 심 후보 찍었다가 진짜 윤 후보가 당선되면 어떡하나” 등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과거 권력형 성비위 사건과 ‘피해호소인’ 등 2차 가해 발언 등을 이유로 이 후보 보다는 윤 후보에게 마음이 기운다는 여성 유권자도 있었다. 직장인 강모(30)씨는 “여성관 측면에서 따질 거면 민주당의 과거 문제부터 따져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성비위 사건이 터진 직후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었고, 오히려 ‘피해호소인’이라며 망언을 쏟아냈다. 적어도 윤 후보는 그런 문제는 없지 않나”라며 “이 후보가 지난 2일 TV토론에서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건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사과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의당 선대위 홍보전략본부장인 류호정 의원도 최근 “정의당이 여성만 대변한다고, 꼴페미 정당이라고 조롱하던 분들의 태세전환이 혼미하다”며 “이재명은 자기가 필요할 때 당신을 찾아갈 뿐”이라고 비판했다.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여성 유권자 중 당선 가능성을 보고 이 후보를 뽑는 이들이 일부 있겠으나 유의미한 결과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이 후보 지지층에서 그런 분위기를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며 “미투 운동 이후 당 대응이 미흡했던 부분 등 때문에 차라리 소신대로 심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유권자가 더 많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심 후보의 완주는 오는 6월 열릴 지방선거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정의당이 대체로 지방선거에는 좀 강한 편이다. 두고 보긴 해야겠지만, 그게 심 후보가 완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걸 기반으로 풀뿌리부터 다시 재건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심 후보는 “사표는 없다”며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누구를 반대하는 표, 누가 돼서는 안 되는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나를 지킬 수 없다”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나의 소신에 한 표를 던질 때 그 표들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고 나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덜 나쁜 대통령 뽑아서 더 나쁜 대통령과의 경쟁, 내로남불 정치로 다 귀결됐지 않나. 그게 지금 역대 최대 비호감 선거를 만든 것”이라며 “저는 상당수 시민들이 소신투표를 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