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5월 이전 반대’ 논리에 호응하며 조목조목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현역 군인인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같은 자리에서 ‘용산 이전이 이뤄지더라도 대비 태세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군에서는 용산 집무실 이전 논란이 안보 이슈를 넘어 정치 논쟁으로 변질됐다는 말이 나왔다.
서 장관이 윤석열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5월 이전 반대 논리로 먼저 내세운 건 ‘시기’ 문제다. 서 장관은 “시기적으로 위험하다”며 국방부 이전이 이뤄질 4월에 한미 연합 훈련이 있고 김일성 생일(4월 15일) 전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정권 교체기는 위험하다”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 장관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국방부와 인수위가 협의를 해가며 이전 논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자 “4월에는 한미 연합 훈련이라든가 여러 이슈가 있어서 시기가 위험하고 저희한테 부담스럽다”고 했다.
서 장관은 이전 시기도 문제지만 물리적으로도 이전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고 하자 “너무 빠른 시간 내에 검토 없이 배치, 조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했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장관이 결심하고 수행한다면 국방부 이전이 두 달 이내에 가능하냐’고 하자 “정상적 절차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정환 합참차장은 “현행 작전 대비 태세 측면에서는 제한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대비 태세를 유지한다는 원칙적인 말이었지만, 동시에 용산 집무실 이전에 당장 군사적 측면의 문제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군 관계자는 “합참 기능이 일부 이전해도 지하 벙커의 지휘 통제 기능은 모두 그대로이며 유사시 옮겨갈 곳도 이미 다 있다”며 “정보 작전 기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은 유사시를 대비한 조직으로서 어떠한 공간에서든 작전을 한다”며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작전이 어렵다고 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했다.
서 장관은 각종 실무적 측면에서도 민주당 논리에 맞춰 윤 당선인 측을 비판했다. 인수위가 합참의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이전 비용을 1200억원으로 산출한 것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대선 공약도 대통령 권력이 시작될 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 통수권자로 임무를 수행하는 기간과 그 이후 기간을 명확하게 구분한다”고 했다. 자신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명령을 따를 것이라는 뜻이다.
서 장관은 윤 당선인이 약속한 대통령실 용산 5월 이전에 따른 비행 금지 구역 축소에 대해서도 “추후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미군 기지를 반환 즉시 시민 공원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반환받고 환경오염 정화 과정을 거치는 일정이 녹록지 않고, 주한 미군 측과 협상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윤 당선인 측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어제 오전만 해도 청와대는 ‘우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길 기대한다’고 했다가 오후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며 “국민들이 황당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10번 발사했는데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 딱 한 번 참석했다”며 “북한 미사일이 더 큰 안보 위협이지, 청와대의 국방부 용산 이전이 더 큰 안보 위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집무실 이전 문제는 결국 안보적 측면이 중요한 것인데 지나치게 정치 논쟁화되고 있다”며 “정치권의 난타전에 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