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4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어 “협치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25일에는 장제원 비서실장을 박 원내대표에게 보내서 ‘협치’ 메시지를 전달했다. 윤 당선인이 민주당 지도부에 전화하고 공개 소통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與野)가 얼마나 협력하는가는 윤 당선인 의지에 달려있다”고 했다. 차기 정부와 172석 거대 야당의 협치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5일 “윤 당선인은 전날(24일) 박홍근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국회와 함께 잘 소통해서 협치를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또 박 원내대표에게 “그간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 우리 사회 약자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신속 보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만큼 저희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한 ‘4월 추경’ 협조를 요청하는 취지로 해석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대통령직인수위 첫 간사단 회의에서 코로나 손실 보상을 새 정부 국정 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장제원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박 원내대표에게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 축취임(祝就任)’이라는 문구가 적힌 난을 전달했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의 당색이었던 녹색 넥타이를 매고 온 장 실장은 난을 들어 올리며 “아주 좋은 것으로 제가 직접 가서 선택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통화에서) 윤 당선인에게 말씀드린 것처럼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없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도 “그 출발은 국회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172석의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을 존중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장 실장은 “진심을 담아 축하드린다”며 “여야가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늘 존중하고 의논드리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약 25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동 뒤 장 실장은 박 원내대표와 사적인 인연까지 거론하며 협치를 호소했다. 장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원내대표와는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2018년 예결위 간사를 할 때 신임 원내대표께서 사실상 간사를 하셨다”고 했다. 그는 “서로 많은 충돌이 있었지만, 예산안이 통과된 다음에는 신문 헤드라인이 ‘더불어한국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예산’이라고 할 정도로 서로 ‘케미’를 맞췄다”고 했다. 장 실장은 “당선인께서도 국회와 민주당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늘 소통하고 경청하는 마음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단 인선을 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면 ‘식사 자리에 모시겠다’는 말도 전했다고 한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협치에는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태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두 가지 얘기를 했다. 소통해 달라, 원칙을 지켜달라.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최근 갈등을 거론하며 “격의 없이 두 분이 직접 만나면 많은 부분이 풀릴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과거 자신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당시 우리 당에서는 사건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며 “잘못된 용어의 선택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에 진성준·박찬대 의원을 선임했다. 진 의원은 문재인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의 ‘친문’, 박 의원은 대선 때 이재명 전 경기지사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은 ‘이재명계’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