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용진·조응천 의원이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연일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당내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단골로 받아온 두 의원은 최근엔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지지자들로부터 주로 공격받고 있지만, 소신 발언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지금 제대로 반성하고 혁신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다”며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뺏긴 엄청난 실패, 중상을 입었는데 그만큼 아파하고 있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는 대선 패배 이후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지방선거가 겹쳐 윤석열 당선인과 사사건건 날을 세우고 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은 윤 당선인과 이 전 지사의 득표율 격차인 0.73%포인트라는 수치에 집중할 게 아니라 5년 만에 정권 교체라는 사실에 뼈아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당선인과 인수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공략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받은 성적표, 회초리의 의미를 잘 새기고 변화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혁신해야 할 시점에 차기 정부 준비 세력을 공격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응천 의원도 “대선 패배 후 20일 동안 기억나는 단어가 뭐가 있나”며 “졌잘싸, 검언개혁 이런 것인데 이게 대선에 패배한 정당의 모습인가”라고 했다. 조 의원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장에 대해서도 “파출소를 피하려다 경찰서를 만나는 꼴”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신통방통한 도깨비 방망이를 쥐여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원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에 뺏은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중수청이 오히려 윤 당선인의 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