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 무소속 양정숙(57) 의원이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새로 하면서 전세금을 전보다 4억7000만원(약 48%) 올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 재작년 7월부터 시행중인 이른바 ‘임대차 3법’에 찬성했는데, 이 법은 기존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증액 상한을 이전의 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을 통해 전세금을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양 의원도 새로 세입자를 받으면서 전세금을 크게 올려 받은 것이다. 다만 양 의원 측은 “기존 세입자가 계약 만료 전 급하게 나가겠다고 먼저 요청해 새로 임차인을 받은 것”이라며 “전세금을 높여 받기 위해 임대차3법을 우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0시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 내역을 보면, 양 의원은 ▲서울 대치동 아파트(163.92㎡) ▲서초구 아파트(130.23㎡) 등 3주택을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서초동 아파트 신고가액은 17억3500만원 상당으로 배우자 명의로 돼 있는데, 임대보증금은 작년(9억7000만원)보다 크게 증가한 14억4000만원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 변동 사유란에 ‘세입자 변경’이라고 기재했다. 양 의원의 배우자는 이인규 인천지법 부장판사다.
민주당이 재작년 7월 야당의 반대 등에도 불구하고 ‘임대차3법’ 통과를 강행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값이 급등했다. 여당이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전·월세금 증액 상한을 5% 이내로 제한하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을 통해 전세금을 대폭 올려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임대차3법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혔고, 여권 일각에선 “’신규 계약’에도 5% 상한 룰(rule)을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임대차3법에 찬성했던 국회의원이 자신은 신규 계약을 하면서 임대보증금을 대폭 올려 받은 사실이 알려져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비례 위성정당을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한 양 의원은 총선 출마 당시 차명으로 보유 중인 부동산을 제외하고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인 그해 5월 시민당에서 제명됐고, 이후 재판에 넘겨져 올해 1월 벌금 300만원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양 의원은 여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올해 재산 신고에서는 총 96억1773만원을 신고해 전체 9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