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한 후 대화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인수위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국무총리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 물밑 접촉을 했다. 호남 출신에 진보·보수 정부를 넘나들며 중용됐던 한덕수(73) 후보자도 후보군 중 한 명이었다. 윤 당선인에게 조언해온 법조·경제계 원로 그룹들이 “국정 경험과 경륜을 갖춘 국민 통합의 적임자”라며 1순위로 한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진 3일 오전 당선인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이 전날 한 후보자와 서울 모처에서 만나 ‘샌드위치 회동’을 한 사실을 공개했다. 장 의원은 “3시간 넘게 샌드위치를 먹으며 국정 운영과 조각(組閣)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책임 총리제, 각부 장관에 대한 인사 추천권 보장, 공무원 사회 사기 진작 방안 등을 얘기하며 윤 당선인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내각 명단과 정부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 사이에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경제 현안에 밝고 주미 대사를 지내 미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공직 사회를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다는 점 등이 두루 고려됐다”고 했다. 인수위 인사검증팀은 한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에서 도덕성 관련 문제 될 부분이 없다’는 보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에게 조언하는 법조나 경제계 원로들도 한 후보자를 추천하며 “김대중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그를 민주당이 반대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처음 접촉했을 당시 인사 검증에 동의하면서도 “나는 가급적 후보군에서 배제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 의원은 “세 번 이상 찾아뵙고 간곡하게 말씀을 드렸다”며 “못다 이루신 개혁에 대한 꿈이 있는 것 같았고 그런 것들을 차분하게 잘 추진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초대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새 정부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히고, 다른 ‘경제통’ 후보였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고사하면서 분위기가 한 후보자 쪽으로 쏠렸다.

이후 한 후보자는 언론의 취재 요청에 일일이 응하며 “계속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정책에 대한 이해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 “건강도 좋고 체력 문제는 없다”고 총리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러 후보를 놓고 고심하던 윤 당선인은 2일 저녁 “의지가 있는 분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한 후보자 지명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