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전국 검찰 조직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자, 민주당은 10일 “검찰이 선을 넘었다, 검찰총장 대통령 시대가 다가왔다고 입법부가 우습게 보이냐”고 했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의 처리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 전에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에서 빼앗은 수사권을 어떻게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내에서도 “70년 형사 사법 시스템을 한 달 만에 바꾸는 게 맞는 것인지,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오른쪽)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준비회의 1차 회의에서 청문특위 위원인 남인순 의원을 사이에 두고 진성준(왼쪽)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지난 주말 잇따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검찰만 법을 지킨다는 아집을 버리라”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검찰 기득권 해체를 통한 검찰 정상화”라며 검수완박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검수완박을 위해 어떤 법안을 처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 확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은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수사를 뺀 기소와 공소 유지만 하는 기관이 된다. 민주당에서는 아예 검찰청 이름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법안도 제출한 상태다.

문제는 검찰에서 뺏은 수사권을 어디에 주느냐다.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몰아주는 방안은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이유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가 심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 또는 특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 수사권을 떼어내는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중수청이나 특수청 또한 부작용 우려가 제기돼 그동안 법안 처리가 미뤄졌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검찰이 절대악이면 중수청은 절대선이냐, 아니다”라며 “(중수청이나 특수청은) 윤석열 정부에 신통방통한 도깨비 방망이를 쥐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도 본지 통화에서 “중수청은 더 크고 권한이 막강한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주당은 중수청을 독립기관으로 할지, 법무부나 행정안전부 중 어느 기관 산하에 둘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중수청 설치가 당내 반대에 부딪히자, 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황운하 의원은 지난 8일 모든 민주당 의원에게 서신을 보내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에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황 의원이 개정을 제안한 법안은 ‘검사가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명시한 형사소송법 196조, 검사의 직무를 수사로 규정한 검찰청법 4조 등이라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황 의원은 서신에서 “쟁점이 많아 논의가 길어지면 (윤 당선인 취임 전날인) 5월 9일 이내 법안 공포가 어렵다”며 “그래서 검찰 직접 수사권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고 이후 보완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서신에서 “모든 우려가 해소되는 완성도 높은 방안을 윤석열 거부권 행사 이전에 마련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의 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황 의원 주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어떤 형태로든 되돌릴 수 없도록 못을 박아두자는 것인데, 대안도 없이 법을 그런 식으로 고치면 안 된다”고 했다. 다른 의원도 “어떤 형태로든 검수완박은 결국 하게 될 것 같다”면서도 “검찰 수사권을 폐지한다면 중수청에 주든 경찰에 주든 확실히 정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황 의원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도 있지만 아닌 의원도 더 많다”며 “12일 의원총회가 열려봐야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