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검찰이 문 대통령에게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임기 종료를 한달도 채 남기지 않은 문 대통령으로선 민주당과 지지층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늦지 않게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이번 법안을 이달 내에 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엿새를 앞두고 여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직접 검수완박 법안의 종지부를 찍어달라는 얘기다. 청와대에서는 “떠나는 대통령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이란 반응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이 이 법안을 거부하는 것도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고 강성 지지층이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반대하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대통령 의중을 묻는 말에 “대통령은 대통령의 길을 가시면 되고, 우리는 우리 길을 가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날까지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침묵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곧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과 검찰의 압박을 무시하기도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11일 “직(職)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검수완박 통과 시 사퇴 방침을 밝혔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검수완박 저지 마지막 카드로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 53조 2항은 대통령이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김 총장이 용퇴를 미루고 거부권 건의 및 모든 조치를 시도하고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날 박범계 법무장관과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약 1시간 동안 검수완박의 부작용 등 반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만들어온 검수완박 법안의 내용이 중요한데, 대안도 없이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은 민주당이 강행하려고 했던 ‘언론중재법’ 때처럼 반대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