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의 의대 편입 및 병역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후보자는 “자녀 문제에 있어서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한 행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몹시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약 45분간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했다. 그는 “자녀의 의대 편입이나 아들 병역 판정에 대해서는 저와 제 가족뿐 아니라 모교와 병원의 명예까지 손상되는 문제”라며 회견을 자청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있을 때 딸과 아들이 연이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데 대해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버지가 그 학교에 있다고 해서 아들딸을 꼭 다른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도 헤아려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23쪽 분량의 별도 해명 자료집을 기자단에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게임의 법칙, 룰을 누가 만들었느냐’에 대한 국민적 의혹 제기에 대해 핵심 논점에서 벗어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기자회견”이라고 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불법이 아닌 이해충돌”이라며 “경륜 있는 의대 교수가 이해충돌 문제를 모를 리 없다”고 했다. 또 “정 후보자가 지금 버티는 것은 ‘불법적인 것만 얘기해’라는 것”이라며 “이미 그는 공정을 훼손한 사람”이라고 했다.

①두 자녀 의대 편입에 아빠 찬스?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었던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아들은 정 후보자가 원장이었던 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했다. 정 후보자 딸은 편입전형 1, 2단계 합산 점수가 합격자 33명 중 27위, 아들은 17명 중 7위였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7년 편입에선 떨어졌다가 2018학년도 의대 학사편입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생기면서 합격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당시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과 직장을 쓸 수 없고 편입 과정에서 심사위원 50여 명이 시험 당일 무작위로 배정된다면서 “청탁 등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또 “주관성이 개입되는 면접과 서류평가 점수가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학사, 영어 성적보다 낮은 점을 미뤄보면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들이 합격한 ‘지역인재 특별전형’이 생긴 것에 대해선 교육부의 학제 전환에 따라 대구시가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자교 출신 의대 교수 비율이 80%가 넘는 경북대에서 정 후보자와 인연이 없는 면접관이 드물었을 것”이라고 했다.

②병원 자원봉사 신청에 특혜?

정 후보자 자녀는 경북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이를 편입 과정에서 활용했다. 정 후보자는 “자원봉사는 누구나 신청하면 별도 제한이 없다”고 했다. 또 아들이 학부생 시절 논문 두 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 경력을 의대 편입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아들 지도교수와 친분 관계가 없고, 지도교수는 저와 아들의 관계를 몰랐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자녀 편입학 의혹에 대해 교육부 조사를 요청했다.

③아들 2급 현역→4급 보충역

정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5년 재검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데 병무진단서를 발급받은 병원이 경북대병원이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대학 재학 중이던 2013년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경북대 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해보니 척추협착증 소견이 나왔다”며 “경북대병원의 2번의 MRI 검사와 병무청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거쳤고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한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 병역 의혹과 관련, “국회에서 의료기관을 지정해주시면 검사와 진단을 다시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신 대변인은 “아들의 병역 판정에 당당하다면 척추 협착과 관련된 당시 MRI와 CT 영상 자료부터 공개하라”며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자료 제출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④농지법 위반 의혹

정 후보자가 2020년 11월 공개한 재산 내역을 보면 경북 구미 도개면에 논과 밭을 소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농사짓지 않는 땅을 소유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후보자는 “해당 토지는 친척 숙부께서 IMF 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본인에게 땅을 경작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인근의 산동면 농지에 대해선 “문중의 토지 관련된 문제라 간단하게 말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자신이 경북대 병원장에 재임(2017~2020년) 하던 기간 재산이 20억원 증가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6억1900만원이 오류로 신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재산 증가액은 14억5000만원 중 약 11억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병원 진료처장 때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역임한 것에 대해선 교육부 감사 등을 통해 겸직 허가를 받은 것으로 연봉 없이 월 30만원가량 수당만 지급받았다고 했다. 복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코로나에 대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회복’을 이뤄내고 방역과 의료체계 개선 완수를 위해 내정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