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을 놓고 법원행정처 차장과 국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던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에게 20일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국민이 우습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실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은 이날 조 고검장에게서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캡처해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에게 검사가 보낼 문자인가”라고 했다.

캡처된 내용을 보면, 조 고검장은 이날 오후 8시 14분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국회가 우습냐고 하셨더군요. 제가 묻고 싶습니다.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보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이처럼 적의를 드러내는 것을 보니 곧 저에 대한 보복수사 준비하겠군요”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전날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법원행정처 김형두 차장을 불러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차장님, 제가 질의하는데 제 말을 끊는 건 아닌 것 같다. 국회 논의가 차장님이 보기에 우스워 보이고 그러진 않죠?”라고 말했다.

조 고검장은 이와 관련 통화에서 “김 의원과 과거 검찰개혁위원회에서 1년간 일을 같이 해서 잘 안다. 하도 답답하기도 하고, 국민이 제일 중요한데, 국민이 피해보는 걸 생각해달라는 취지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됐다”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김 의원에게 따로 연락온 것은 없었다”고 했다. 조 고검장은 이 같은 입장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18일 조종태 광주고검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리는 긴급 전국 고검장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25기로, 변호사 출신인 김 의원보다 기수로 10기수 선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검찰청 검찰개혁추진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춘천지검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을 거쳤다. 작년 6월 광주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고검장은 지난 18일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긴급 고검장 회의에도 참석했다. 당시 전국 고검장 전원 6명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도 조 고검장은 검수완박 법안 비판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여환섭 대전고검장이 “선배 검사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조 고검장은 여기에 적극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