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2일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중재안에 합의했다. 민주당 박홍근(왼쪽)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여야(與野)는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한 뒤, 이달 28일 또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과 법조계 다수는 “검수완박 시행 시기를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 “정치인들만 보호하고 국민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합의’가 아닌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박 의장이 소집한 회동에서 중재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했다. 검찰이 하던 수사는 장기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가칭)으로 넘기게 된다. 여야는 국회에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해 6개월 내에 중수청 설치를 위한 입법을 완료하기로 했다. 법이 통과되면 1년 이내에 중수청을 발족시키고 이때부터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히 폐지된다. 시기만 18개월 정도 늦춰졌을 뿐, 결국 검수완박은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작동시키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별건 수사 금지’를 조건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야의 중재안 수용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중재안도 결국 검찰 수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앞으로 범죄 처단이 어려워져 국민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전국 고검장 6명은 이날 항의 표시로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총사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대상에서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를 제외한 것에 대해 “여야의 야합(野合)”이라고 비판했다. 한 지청장은 “직권남용, 선거법 위반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가 대상”이라며 “누가 봐도 자신들의 수사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말이 중재안이지,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기를 유예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국민 피해 등 우려되는 점도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런 중재안에 국민의힘이 동의했다는 게 참 한심하다”고 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기득권만을 위한 엉터리 중재안”이라며 “1%도 안 되는 권력형 범죄만 딜(deal)의 대상이고 99% 서민·민생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통제 방안은 전무(全無)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