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이죠 뭐” “누가 와서 지켜줍니까”
‘대담-문재인의 5년’ 인터뷰 예고 영상에서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두 마디가 여권 성향의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었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은 선거 때마다 문 대통령을 언급하는 정치인들을 저격한 거라며 “사이다” “속 시원하다”라며 환호했다. 반면, 친이(친이재명) 지지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친문 강성 지지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추측했다. 이들이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민주당 ‘이재명’이 아닌 국민의힘 ‘윤석열’을 뽑은 것을 문 대통령이 비판한 거라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15일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퇴임 전 마지막 인터뷰를 가졌다. 25일 방송을 앞두고 JTBC는 22일 5편의 예고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중 여권 커뮤니티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문 대통령 지키기’ 논쟁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예고 영상이다.
손석희 전 앵커 : 문 대통령을 지켜야 된다, 보호해야 된다.
문재인 대통령 : 선거용이죠 뭐.
손석희 전 앵커 : 별로 신경 안 쓰신다 그런 말씀이시죠?
문재인 대통령 : 예 뭐. 누가 와서 지켜줍니까?
◇ 文지지자 “‘문프팔이’하는 정치인들에 한 말”
영상이 공개된 후, 친문 커뮤니티 회원들은 ‘문 대통령을 지켜야 된다’고 말한 주체가 선거 때만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문 대통령의 별명)팔이’를 하던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전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 팬클럽 ‘젠틀재인’ 회원들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실 줄이야”, “문 대통령은 다 알고 있었다”, “문프 마케팅 그만해라”, “본진(민주당) 폭파”, “속이 후련하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친문 커뮤니티에서도 “누가 누굴 지키냐”, “선거 때마다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포스터 만들던 정치인들 생각난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 지켜야 한다면서 이재명 뽑으라고 했던 정치인들에게 하는 경고”, “지방선거 앞두고 문프팔이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등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정치인들을 찾기도 했다. 먼저 오는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있다.
박 의원은 22일 트위터에 2016년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올린 뒤 “박주민,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문재인이 내민 손”이라고 적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답글에 문 대통령의 ‘선거용이죠 뭐’ 대담 예고 영상을 캡처해 올리며 “대통령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이재명 지지하다 선거 때만 문프팔이”, “아쉬울 때마다 문프 찾기”라며 비난했다.
지난 2월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우상호 의원도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선 이재명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문 대통령을 잘 지킬 수 있는 후보는 역시 이 후보밖에 없다”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어떤 형태로든 위해를 가하지 않겠느냐”고 이 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었다.
◇ 李지지자 “이재명 아닌 윤석열 뽑은 친문에 한 말”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안타깝다”면서도,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가 아닌 윤석열 후보를 뽑은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후보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이 후보 지지층이 모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회원들은 “문파들 이야기하는 거. 문 대통령 팔면서 민주당 와해가 목적인 것들”, “문파라면서 윤석열 찍은 것들 때문에 상처받으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선거용이라고 못 박네요. 문파들 자기 이름 팔지 말라고”라는 글을 남겼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23일 페이스북에 “문빠(문 대통령 지지자)는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이낙연에게 갔다가 윤석열에게 갔다.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 일당이 아직도 민주당 주변에서 서성인다”며 “이들을 이용해먹으려는 정치인들이 또 손을 잡을 것. 문재인을 팔아먹는 정치모리배들이 민주 진영에 바글바글하다. 문재인이라고 이걸 모르겠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