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양향자 의원. 사진은 민주당 최고위원 시절인 2020년 12월 본지 인터뷰 당시 모습.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회 법사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27일 “어제 국회 법사위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리치고 떼쓰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의원은 “의회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협치’다. 지난 22일 극단의 대치상황에서 박병석 국회의장님께서 중재안을 마련해주셨을 때, 저는 민주주의란 대화와 타협 속에 꽃피는 것임을 배웠다”며 “그러나 어제 국회 법사위는 혼란 그 자체였다”고 했다.

이어 “법안 조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법안이 기습적으로 통과됐다”며 “저의 한 표가 법안의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저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가시밭길을 걷는 심정으로 기권을 결심했다. 의석수에 기반한 표의 힘이 아닌,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킨 양심의 힘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야의 극심한 대립 속에 제 의견을 제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건강한 토론은 사라지고 강대강의 폭주만 남아있는 국회를, 과연 우리 국민들께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겠나”라고 했다.

그는 “국민에게 신임받지 못하는 검찰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사법행정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저의 오래된 소신”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요한 법안이 여야 합의없이 강행 처리되는 것에 저는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양 의원은 “이 법안이 야기할 수 있는 오류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단 1%의 국민이라도 이 법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며 “법안을 우려하고 계신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우리 정치권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을 향해 “여야가 양보하고 타협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합의한 검찰개혁 법안에 따르겠다”며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대화와 타협을 통해 법안을 완성해야만, 더욱 흔들림 없는 검찰개혁이 가능하다. 그것이 국민을 사랑하고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의원을 포함시키기 위해 탈당한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했다.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으로 법사위에 합류하면 사실상 ‘여4야2′가 돼, 4명(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 안건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의원이 검수완박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민형배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했다.

결국 민주당은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단독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졸속·강행처리라며 이를 규탄하고 있어,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