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새벽 ‘검수완박’ 관련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때,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은 애초 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대에 대비해 법사위로 보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0일 검수완박 관련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고, 이날 표결에서도 찬성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등에 에워싸인 상황에서 ‘기립 표결’을 진행했다. 18명의 법사위원 중 11명이 찬성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10명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민형배 의원이었다. 양 의원은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양 의원은 반대인가 보다”는 말이 나왔다. 양 의원실 보좌진은 “양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기 위해 계속 손을 들고 있었지만, 회의가 격하게 진행되면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검찰개혁 취지에 공감하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말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 의원은 지난 7일 소속 상임위가 기획재정위에서 법사위로 변경됐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의 강행 처리에 대비해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을 법사위로 불러들였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할 경우, 최장 90일까지 논의 기간이 보장되는 안건조정위를 강제 종료시키기 위해 무소속인 양 의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각각 3명씩 총 6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데, 무소속인 양 의원이 법사위에 들어올 경우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안건조정위가 구성된다. 양 의원이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하면 안건조정위 강제 종료에 필요한 전체 3분의 2(4명)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9일 양 의원 명의의 ‘검수완박 반대 입장문’이 정치권에 퍼졌다. 입장문에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사로, 누구보다 문 대통령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이번 (검수완박) 법안이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또 “이번 판단이 정치 기반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잘 알지만 양심에 따르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양 의원은 다음날인 20일 “내가 쓴 입장문이 맞는다”고 했다. 양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는 “법사위에 들어오고 나서 여러번 회의를 했지만 이런 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검수완박을 하지 않으면 지지층을 잃을 수 있고,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찬성하라고 했지만 그런 논리에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양 의원이 반대 뜻을 꺾지 않자 소속 의원인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를 신청했지만,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의원 3명과 민 의원의 동의로 불과 10여분 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