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서울 용산 국방부로의 집무실 이전 계획과 관련해 “별로 마땅하지 않고 위험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북한 도발에 대한 선제 타격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국가 지도자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윤 당선인을 향해 “결과적으로 다른 당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尹 집무실 이전, 여가부 폐지
문 대통령은 이날 JTBC가 녹화 방송한 손석희씨와의 2차 대담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 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 빼라’ ‘우리는 5월 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이 저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이 필요하다면 어디가 적지일지 충분히 논의하고, 국방부와 합참 등이 안정적으로 이전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며 “그런데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유의 결정과 일처리 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광화문 시대’를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주 잘한 결정”이라며 “제가 코로나 이전 굉장히 많은 사람과 만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구중궁궐 청와대 이미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국민은 (청와대 이전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중궁궐이라는, 자기들이 했던 시대의 행태를 그대로 프레임으로 덮어씌운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 측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 채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면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국정 운영 경험자로서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운영해본 사람으로서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새 당선인이 하니까 입 닫고 가만히 있는다? 반대 의견을 밝히는 걸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尹 대북 정책, 김정은 평가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북한 도발에 대해 선제 타격을 언급한 것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이면 몰라도 국가 지도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는 북한과 마주 앉아서 대화할 수도 있는데, 그때를 생각한다면 말 한마디가 대화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그만큼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본다”며 “윤 당선인이 북한하고 상대해본,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대통령답게, 대통령의 모드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선 “평가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북한 도발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ICBM을 발사했다. 이건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대화를 접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새 정부가 대화 복원을 위해 미국과 공조해야 하고, 북한도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길목이라 김 위원장 평가는 유보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대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들은 안전 때문에 핵에 매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만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며 “자신들의 진정성에 대해 국제사회나 미국의 불신이 심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그런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 질문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결과적으로 원위치됐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럼 5년간의 평화는 어디 날아갔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끝까지 성사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등에서는 북한과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목함지뢰 등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심지어 민간인까지 희생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방법론이 옳은 것이냐. 누가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잘 지킬 것이냐”고 했다. 북핵에 맞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기본이 안 된 주장이다. 그건 좀 나무라야 한다”고 했다.
◇미국, 일본, 중국 관계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설득해보겠다는 것만 봐도 대담한 발상이었다”며 “북한과의 문제가 잘 이뤄졌으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그건 오로지 선거용이지, 대통령 모드로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이런 양자택일을 요구받아선 안 된다 생각한다”며 “강대국(미·중) 사이 낀 새우 정도로만 생각 말고 이젠 한국이 돌고래 정도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우리 정부가 달라진 건 전혀 없다”며 “달라진 건 일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 시절 한일 관계가 안 좋아졌고, 일본의 우경화가 심해졌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코로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을 정도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런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