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7일 “1개월 내로 ‘실외 마스크 프리(착용 의무화 해제)’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5월 하순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차기 정부에서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 정부와 인수위의 실외 마스크 해제 시기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안 위원장은 그간 문재인 정부가 추구했던 방역을 ‘비과학적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며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하는 새 정부에서 예전처럼 어느 업종 전체를 집합금지 명령 내리는 식의 방역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국에서 실외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그 수준 정도로 일일 확진자 수가 내려오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실내 마스크 의무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와 실외 마스크 해제 시점이 엇갈리는 데 대해 안 위원장은 “인수위 안은 권고이고 정부 발표는 지켜볼 문제”라며 “지금 당장보다는 5월 하순 정도에 판단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저희가 권고한 대로 현 정부가 협조를 잘해주셨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아무리 정권 교체기라 하더라도 정해진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데 인수위가 먼저 나서 실외 마스크 해제를 시사한 것이야말로 정치 방역 아니냐”고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안에 코로나 대응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는 내용의 ‘코로나 비상 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코로나비상대응특위’가 지난달 21일부터 11차례 회의 끝에 마련한 것으로, 그는 이날 약 30분 동안 본인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로드맵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 ▲지속 가능한 감염병 대응 체계 ▲고위험·취약 계층 보호 ▲충분한 백신·치료제 확보 등 핵심 과제 4개 아래 실천 과제 34개로 구성됐다.
안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 대응이 실패한 것은 초기 ‘K방역’ 성과에 매몰돼 전문가 의견을 존중·수용하지 않고 국민 여론에 따라 정무적으로만 판단해 실수를 남발했기 때문”이라며 “현장 전문가에게 결정권을 주고 정부, 대통령은 일할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새 정부는 전문가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코로나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겠다”며 새 정부 출범 후 50일 안에 대통령 직속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안 위원장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약 1만명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를 실시하고 ▲부처·기간 관 감염병 정보를 연계하고 데이터를 모은 ‘코로나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개별 환자에게 맞는 관리 방법과 백신 접종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컸다고 평가받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 “복싱은 되고 킥복싱은 안 되는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과학적인 기준에 따른 거리 두기를 할 것”이라며 “예전처럼 특정 업종 전체를 집합금지 명령 내리는 식의 방역은 없다”고 했다.
코로나 백신 이상 반응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한도는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했고, 사망 위로금도 5000만원에서 1억으로 올리기로 했다. 안 위원장은 “이상 반응에 대한 국민 입증 책임 부담도 완화하려 한다”며 “이의 신청 기회를 현 1회에서 2회로 확대 추진하고, 제출 서류와 심의 절차도 간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이른바 ‘먹는 치료제’와 관련, “100만9000명분 추가 도입이 필요한데 정부·의료계·공공 기관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협의체를 설치해 5월 중으로 치료제 확보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연령층,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검사 당일 팍스로비드를 처방하고 거점 전담 병원에 우선 입원시키는 ‘패스트트랙’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는 물가, 금리 등 거시 경제 요인까지 고려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 패키지’를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코로나특위 회의를 주재하며 “방대한 과세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한 손실 규모 산정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했다”며 “패키지에 포함된 정책들이 새 정부 출범 후 빠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추경과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의 대승적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50조원 규모 손실 보상을 공약했는데, 지난 2월 실시된 1차 추경(약 17조원)을 감안하면 추경 규모는 3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