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비위 사건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3선의 박완주 의원이 15일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12일 이후 사흘 만에 첫 입장을 내면서 성폭력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본지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당과 나에게도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때가 되면 입장을 낼 생각이다. 아직은 그때가 아닌 듯하다”고 했다. 이어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감내하고 시작한 일 지켜봐달라”며 “많은 분들께 혼란과 고통스럽게 해서 죄송할 뿐”이라고 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사실상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작년 말 일어난 박 의원의 성폭력 사건을 지난 3월 대선 후 뒤늦게 논의해 최근 제명 결정을 내렸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라며 “민주당을 대표해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의원 사건은 정말 죄송한 일”이라며 “본인이 즉각 (국회의원직을) 사임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피해자 측은 박 의원을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의원을 제명하면서 “계속해서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별다른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 박지현 위원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에 대해 “사생활 문제여서 전혀 모르겠고 사생활을 파악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하자, “성 상납(을 받는 것)은 사생활이 아니라 범죄행위다. (권 원내대표는) 수준 이하 선수”라고 했다. 당내 잇단 성 비위 의혹에 대해 강경 입장을 냈던 민보협(민주당보좌진협의회) 등도 주말 사이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성범죄로 얼룩진 무능의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물타기밖에 없는가”라며 “민주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 어린 반성과 사죄”라고 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박지현 위원장을 향해 “지민완박(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완전 박살)이 임박해 다급한 건 알겠으나, 저급한 물타기로 자당의 성 추문을 덮으려는 생각은 접으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