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親明·친이재명)계 좌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의원에 대해 “앞으로 당의 개혁을 이끌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방선거 패배 이후 나오는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이 당권을 잡고 무엇을 한 것도 아닌데 당 일각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야당이 됐음에도 마치 여당인 것처럼 행세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이제 막 집권한 대통령에게 일할 기회를 주라는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고 당내 구주류인 친문(親文)계를 겨냥했다. 그는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처럼 됐는데, 이는 이 의원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이 의원은 직접 선거에 나와 당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선당후사를 위해 보궐선거에 나섰고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명 책임론을 얘기하기 전에 국민이 만들어준 촛불 정권을 5년 만에 넘겨줬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며 “당 구성원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당이 자제하면서 하나가 될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지방선거 대패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누구 하나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거를 이끈 것도 아니고 당을 운영한 적도 없다”며 “각자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과 질책에도 반성과 혁신을 못 한 우리들의 잘못”이라면서도 “국민들께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 놓으셨다”고 했다. 친명계의 지원으로 김동연 경기지사가 당선된 것은 그나마 희망적이라는 뜻이다. 그는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기는 기회였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이 어떻게 하나 보고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세대 용퇴론’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선 “민주당의 잠재돼 있던 난맥상과 분열상이 드러난 것일 뿐 지방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보지 않는다”며 “표현이나 시기의 문제가 다소 있었지만, 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박 전 위원장의 말에 대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친명계는 당초 이 의원 원내 입성 이후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한다는 시나리오를 세웠었다. 다만 지방선거 패배 이후 친문계를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이어지면서 이 의원의 등판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조만간 열릴 당 의원 총회에 신임 의원 자격으로 참석해 인사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