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서 보수 단체 관계자들과 유튜버들이 벌이는 시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 집무실(인근)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라며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최근 법원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실 인근에서의 집회를 허용하는 처분을 잇따라 하고 있어, 정부가 양산 사저 인근 집회를 막을 근거가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집시법은 현직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시위는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를 임의로 억누를 수 없다”며 “집회의 기준에 맞으면 집회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윤 대통령이 시위대를 용인한 것이라면서 “옹졸함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무도한 시위를 부추기고, 욕설 시위를 제지해야 할 경찰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준 것과 다름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사저 앞 욕설 시위로 인한 피해를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드러냈다”며 “졸렬한 상황 인식”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이었던 한병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침묵했다는 지적에 대해 “비리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였으므로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최근 집회 내용이 ‘명백하게 악의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냈다.
민주당을 탈당해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일한 금태섭 전 의원은 “대통령은 법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고 정치를 하는 자리”라며 “윤 대통령이 ‘법으로 시위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자제를 호소드린다’고 했으면 ‘양념’ 발언을 했던 문 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지지도에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주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