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금감원장에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임명한 것과 관련해 “충분히 고려할만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다만 검찰 편중 인사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8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때도 개인적으로는 엄격한 감독행정을 위해 검찰 출신 임명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며 “시민사회나 여야 모두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서 금융감독행정이 정책적,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오랜 기간 공감해왔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따라서 금감원장의 요건에 정책적 전문성이 필수적이지 않다”며 “물론 정책적 이해는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규정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는 법률적 지식과 역량, 의지”라고 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고, 관련 경제 범죄 수사를 통해 법률적 지식과 역량을 갖춘 신임 이복현 원장은 금감원장으로서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오히려 검사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둔 감독행정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 시험에 동시 합력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 형사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기소 했으며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더구나 신임 금융위원장이 관료 출신이면서 동시에 여신금융협회장이라는 업계 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정책부처와 업계로부터 자유로운 금감원장이 소비자 보호에 더 적합할 수 있다. 결국 신임 원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의 검찰 출신 측근 인사 중심의 인사는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고, 임기 내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재벌‧금융 개혁을 중심으로 의정 활동을 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최초로 시민단체 출신의 금감원장으로 지명됐다가 후원금 논란 등으로 보름 만에 낙마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과거엔 민변(民辯)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그런 거버먼트 어토니(정부 소속 변호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며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고 했다.

또 이 원장에 대해선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우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에 따라 법 기준을 갖고 예측 가능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했다. 이어 “이 원장은 경제와 회계를 전공했고 오랜 세월 금융 수사 과정에서 금감원과 협업한 경험이 많다”며 “금융 감독 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