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故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0일 “국정원이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 모든 분들의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박정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0년간의 정보가 메인 서버에, 또 일부 기록에 남아 있다”며 “예를 들면 정치인은 ‘어디 어떻게 해서 어떻게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 ‘무슨 어떤 연예인하고 섬싱이 있다’ 이런 것들”이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그 내용을 보면 다 ‘카더라’, 소위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하다”며 “(국정원장 재직 때)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이 말하는 ‘X파일’은 국정원이 개인의 신원 등 각종 정보를 취합한 비공개 존안(存案)자료다. 국가기록물에 해당돼 현행법으로는 자의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18대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를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의힘을 공격했다. 박 전 원장도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관련 자료를 선정·폐기하자고 건의했지만 유야무야됐다고 한다.

박 전 원장은 “만약 문재인 대통령, 박지원 국정원장이 영원히 집권한다고 하면 이 파일을 공개하지 않겠지만, 만약 다른 대통령과 다른 국정원장이 특정인의 자료를 공개했을 때 얼마나 많은 큰 파장이 오겠느냐”고 했다. 이어 “여야의 불행한 역사를 남겨 놓으면 안 된다”며 “특별법을 제정해서 폐기해야 하는데 이걸 (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존안 자료 존재 자체가 언제든 정쟁화될 가능성이 있어 폐기하는 게 좋은데, 여야는 물론 국정원도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라며 “폐기할 정보를 분류하고 선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공무상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전임 국정원장이 공개적으로 국가 보안 문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