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제공

유병호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차관급)이 15일 취임사에서 “새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감사원 직원) 여러분께 약속한다”고 밝힌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 총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비공개 취임식에서 “대한민국호가 물가 등 경제적 난제, 사회 통합 등의 격랑을 헤치고 미래로 순항할 수 있도록 우리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중심으로 제 역할(밥값)을 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을 감사한 이후 비감사 부서로 좌천됐다가 정권 교체 후 차관급인 사무총장에 발탁된 유 총장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변함없이 ‘원칙 감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유 총장은 취임사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을 강조했다. 그는 “원은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큰 메시지와 울림이 있는 일, 즉 감사원다운 일에 조직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그 어떤 기관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중증 질환을 명의(名醫)답게 진단하고 처방·치유하는 역할과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도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전략과 방법론, 고민 없는 계획서, 보고서 등이 얼렁뚱땅 결재·시행되는 일이나 그렇게 일하는 간부가 감사지휘라인에 있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우물쭈물, 쭈뼛쭈뼛, 주저주저할 이유가 없다. 특히 간부가 제대로 감사지휘를 하지 못한 채 현재나 미래의 자리를 탐하는 것은 순리에 역행하는 부끄러움이 없는 행태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일 열심히 잘하는 직원이 자긍심을 가지고 출근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가꾸고자 한다”고도 했다.

유 총장은 “고민과 전략, 방법론이 없는 감사는 ‘맛’과 ‘향기’가 없는 음식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감사 역량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감사 실력은 사건의 모양새와 결대로 감사를 준비하고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며 그 능력에 대해 ‘타이거(TIGER)’라는 표현을 통해 설명했다. 한 감사관 관계자는 “‘타이거’는 Training(훈련), Intuition(직관), loGic(논리), Evidence(증거), Reasoning(추리)을 의미한다”면서 “유 총장이 그간 동료에게 감사관의 덕목으로서 이야기해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일의 내용과 절차도 중요합니다만, 속도와 타이밍이 더 중요한 순간도 많으니 필요한 경우 뭐든 속전속결 하자”며 “전장에서 총 맞은 다음에, 반들반들하게 다듬은 총알을 쏘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밭 매듯이 오늘 한 고랑, 내일 한 고랑 이렇게 ‘밍기적 밍기적’하는 행태로 일하지 말고 같이 트랙터로 ‘다다 다다다’해서 국가와 국민이 주시는 봉급에 부끄러움이 없는 공직자가 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