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놓고 검찰 출신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좋아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방송인 김어준씨는 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조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영장 기각 사유서를 봤다”며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이 이루어졌다, 저는 이 부분에 좀 더 눈이 갔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물론 영장 단계에서 검토하는 것과 본안 재판과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하면 유죄 심증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돼 추가로 증거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부분을 언급하며 “수사도 웬만큼 됐는데 다만 몇 가지 쟁점이 해결 안 됐다는 정도로 보인다”고 했다.
조 의원은 ‘그러니까 구속영장 기각이 무죄는 아닌 거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조 의원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윤석열 식, 한동훈 식 ‘몽골기병 수사’가 또다시 시작되는 건가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특수부 위주 검사들을 중용했던 이유가 몽골기병식 수사를 계속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보복수사라고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양지열 변호사는 “영장을 청구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한마디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 김어준씨는 “한 마디로 그거다. ‘이거 뭐 영장까지 청구했어?’ 이런 것”이라고 했다.
양 변호사는 “혐의도 다 나와 있고, 사실 3년도 더 전에 고발돼서 수사도 오래 했고, 다른 걸로 재판도 받고 있고, 그리고 대학교수에다가 전직 장관인데 어디를 도망을 가겠냐 이 분이. 그런 내용들”이라고 했다. 김씨는 “게다가 지금 별건으로 형사재판을 성실히 잘 받고 있지 않으냐”며 “판사가 ‘왜 영장까지 쳤니? 이런 말 아닙니까?”라고 재차 말했다.
김씨는 “기각 이유를 보더라도 (영장) 청구 자체가 애초에 정치적이지 않았나 (싶다)”며 “왜냐하면 그냥 조용히 수사하는 것과 영장청구를 한 번 하는 것과는 뉴스의 주목도도 다르고 대중에 각인시킬 수 있는 이미지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하게 압수수색하고 영장청구까지 한 것이 사건을 차곡차곡 쌓아서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 의심의 시각이 향하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 아니냐”라고 했다.
김씨는 “예전에 조국 전 장관 때 주변 전체 탈탈 털어서 뭐라도 나와라 기우제라고 표현됐던 수사처럼 어쨌든 누군가의 입에서 대통령 이름이 나오길 원하는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동부지법 신용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현재 별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나 피의자의 지위, 태도 등에 비추어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인 2017~2018년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요구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2017년 청와대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사퇴를 종용하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런 일이 청와대 행정관 수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