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이준석, 최고위 회의 -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스스로 본인의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오른쪽은 이준석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정호영(보건복지부)·김인철(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또 같은 부처에서 장관 후보자가 두 번 연속 낙마한 사례는 역대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발표가 나온 직후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고위직 인사는 김창기 국세청장에 이어 3명으로 늘어났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복지부를 통해 “저의 명예는 물론 가족들까지 상처를 입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며 후보직 사퇴 입장문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특히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을 보좌진 격려금 등으로 유용해 검찰에 수사 의뢰된 것에 대해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장관에 임명된 후 기소될 경우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토 순방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한 윤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지명 39일 만에 낙마하면서 윤 대통령의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정호영 전 후보자도 자녀 특혜 논란 등으로 지난 5월 자진 사퇴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수년 전 국회의원 시절 렌터카 매입, 배우자 차 보험료를 유용했다는 혐의는 본인이 인사 검증에 동의할 때 밝히지 않으면 사실 알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임명직 공무원은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에서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저는 자부한다”고 했다. 이어 “도덕성 면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훌륭한 인재를 골랐지만 여러 이유로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이 앞으로 더 좋은 인재를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전담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보다 전문적으로 검증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자진 사퇴와 비슷한 시각, 박순애 부총리와 김승겸 합참의장 임명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그쪽(국회) 원 구성이 타결됐다”며 “(윤 대통령이)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굉장히 오래 기다리다가 사실 오늘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수석비서관 회의 종료 직후 임명을 재가했고 12시쯤 이를 언론에 알렸다. 여야는 오후 1시 30분쯤 원 구성 협상 최종 타결 소식을 전했다. 박 부총리와 김 합참의장 모두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고위직 인사도 9명으로 늘어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부총리가 음주운전 등 각종 논란 속에 임명된 배경에 대해 “곧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해야 하는데 위원회 구성 등 여러 일이 있어서 더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인이 사과했고 지금 상황에서 여러 개혁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했다.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선 “국회가 빨리 정상화해 소임을 다했으면 (됐을 텐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야당은 “최소한의 국민 검증 절차를 무시한 국민 패싱, 만취 국정 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가 낙마자가 발생하면서 정부 출범이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1기 내각 완료는 또 미뤄지게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빠른 시일 안에 정부가 좀 더 단단한 진용을 갖추고 전열을 정비해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송부도 국회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