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2일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오판으로 진보 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며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대선 정의당 후보였던 심상정 의원이 지난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심 의원은 이날 정의당 홈페이지에 쓴 ‘정의당 10년 평가에 대한 개별 의견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이 사건은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2019년 8~9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 정국 당시 당초에는 조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이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지자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 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당이 요구해왔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뒤부터 당론이 바뀌었다. 정의당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겠다”고 했고, 조 후보자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의 정치적 행위의 진의를 엄중히 따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 당 대표는 심 의원이었다.

이와 관련 심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의견서에서 “조국 장관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언론과 국민들께서는 선거제도와 협상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당시 그 결정을 이끌어낸 직접적이고도 중대한 고려사항은 당내 여론이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당시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조국 장관에 대한 승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최소 4000명에서 많게는 8000명 당원들의 대량 탈당이 예측됐다”면서 “당 대표로서 총선을 앞두고 거의 분당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정의당에서 당 대표 두 번, 대선후보 두 번을 했다. 정의당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별 행위자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고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며 “그간 당을 주도해온 세력은 낡았고,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이 끝났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23년간을 버텨 왔지만, 우리는 미래를 열지 못했다”며 “그 지난한 과정에서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심 의원은 정의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심 의원은 “일부 당원들께서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비례의원들에게 여러 공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 의원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상황을 맞게 된 것에 대해 당원들에게 송구스럽고 국민들에게 민망하다”며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해 평가와 성찰과 분발을 촉구하시더라도, 주요한 책임의 몫은 저에게 돌려달라. 더 깊이 성찰하고 위기극복을 위해 책임질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했다.